개 안구 적출해 3D 인공 안구 실험..'동물 실험 윤리' 위배 논란

최민지 기자 2021. 1.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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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경향신문]

충북대 연구팀이 비글 두 마리의 눈 한 쪽을 각각 제거하고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안구를 넣은 뒤 2주·4주·3개월·6개월 간의 경과를 사진으로 남겼다. 연구진은 “수술 이후 6개월 이상이 지나자 보형물을 착용한 강아지의 외관이 훌륭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출처: 플로스원 저널


개의 안구를 적출한 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눈을 이식하는 실험을 한 국내 연구진이 동물 실험 윤리를 어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연구는 지난해 11월 충북대 수의학과 박경미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3D 프린팅을 활용한 반려견용 맞춤 제작 인공 눈: 예비연구’이다. 이 연구는 안구 암 등 난치성 눈병으로 인해 적출된 동물의 안구를 3D 프린터로 제작한 인공 안구가 대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박 교수팀은 비글 두 마리의 한쪽 눈을 각각 적출한 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 안구를 넣고 6개월간 경과를 관찰했다.

논문이 발표된 이후 학계에서는 해당 연구가 동물 실험 윤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개에 대한 인공 눈 이식이 개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술이 결국 개보다 인간(주인)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해당 논문에는 “개의 다양한 난치성 눈병들은 종종 안구제거술을 필요로 하지만 안면 변형에 따른 미학적 결과가 좋지 않다”며 “많은 개 주인들이 눈 모양을 보존할 수 있는 수술을 선호한다”는 설명이 포함돼 있다.

수술 도중이나 이후에 개가 느낄 고통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눈병 등의 이유로 안구가 이미 적출된 개가 아닌 멀쩡한 개의 눈을 제거했다는 점도 거론됐다.

비판이 커지자 플로스원(PLOS ONE)은 지난 6일 해당 실험의 연구 윤리를 문제삼아 “현재 논문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평가가 나오기 전 우려를 표명하는 입장을 낸다”고 공지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박 교수 측에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국내 동물실험의 비윤리성은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동물실험 10건 중 4건은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또는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글구조네트워크의 유영재 대표는 “미용 목적 연구를 위해 살아있는 개 두 마리의 눈을 적출한 것이 과연 어떤 과학적 가치가 있었는지, 그 희생은 정당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동물 실험은 과학적 필요와 가치가 있을 때 최소한의 동물의 희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카라의 최민경 활동가도 “국내 동물 실험은 (각 기관에 설치된) 실험윤리위원회에 의한 제대로 된 감시 없이 이뤄지는 등 사각지대가 많다”며 “나아가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다 어디로 가는지 등 사실상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관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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