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줌(ZOOM)] 박준영 "이젠 운명이죠"..재심 변호사의 길

이경재 입력 2021. 1. 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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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의 국가 배상 승소 이끌어
피해자는 목소리 떨림만..잘못했던 경찰과 검찰은 사과 안 해
'재심' 전문? "운명처럼 다가와..당분간 계속할 수밖에"

■ 방송 : 시사토크 알고리줌(ZOOM) 이슈이슈 (금요일 밤 11시)

■ 진행 : 이경재 앵커

■ 출연 :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앵커]

시사토크 알고리줌 오늘 이슈이슈의 주인공은 조금 전 영상에서 봤던 배우의 실제 인물입니다.

재심 전문가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준영]

안녕하십니까.

[앵커]

영화 '재심'에 이어서 최근에 또 드라마가 나오는데 그 실제 모델이시잖아요.

[박준영]

맞습니다.

[앵커]

실제 내 이야기가 이렇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기분이 궁금합니다.

[박준영]

많이 좋죠. 겉으로 드러내면 또 시기도 있을 것 같아서 자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굉장히 기쁘신 것 같아요.

[박준영]

그렇습니다. 영광입니다, 사실.

[앵커]

드라마 같은 삶을 사시는 거니까 개인적으로 굉장히 저는 부럽기도 하고요.

[박준영]

그렇습니까?

[앵커]

네, 극중에 정우 씨라든가 권상우 씨 캐릭터가 본인하고 성격이 비슷한가요?

[박준영]

일단 외모도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동의를 많이 안 해 주셔서 서운하죠.

[앵커]

저는 동의하겠습니다.

[박준영]

감사합니다. 일단은 정우 씨나 권상우 씨 두 분이 연기를 하시는 걸 보면 가벼울 때는 정말 깃털처럼 가볍고

무거울 때는 정말 무겁잖아요.

[앵커]

다혈질이기도 하고요.

[박준영]

많이 비슷합니다.

[앵커]

그런가요?

영화 '재심'의 배경이 된 사건이기도 하죠.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잠깐 소개해 드리면 택시기사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소년이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10년형을 산 사건인데요.

지난 2016년 11월에 박준영 변호사께서 이 사건의 재심을 맡아서 무죄를 이끌어냈습니다.

최근에 이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썼던 최 모 씨, 국가 상대 배상소송에서 법률대리인을 맡아서 승소를 했고요.

직접 이번 판결의 어떤 의미를 짚어주신다면요?

[박준영]

저희 사건은 재심을 통해서 무죄를 받게 됐고 재심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 등이 많이 드러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부분의 어떤 배상책임에 대한 첫 번째 공권적인 판단이고요.

이 사건 소송의 의미는 뭐냐 하면 공무원의 직접 책임을 추궁하는 그런 결과가 쉽게 안 나옵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이 직접 배상의 주체가 되어버리면 공무수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의 직접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만 인정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그 고의, 중과실을 인정해 줬다는 데 의미가 있고요.

수사기관의 직접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정말 드뭅니다.

특히 검사가 직접 책임을 이렇게 인정받은 사안은 최초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결과 나온 이후에 최 씨 같은 경우는 어떤 의견을 냈었나요?

[박준영]

15살에 10년의 감옥살이를 시작했습니다.

감옥살이를 하면서 감정을 얼마나 표출하고 살았겠습니까?

오히려 누르거나 감추면서 살았겠죠,

거기서 살아야 되니까.

그게 습관이 돼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가배상소송 판결 선고 직후에 바로 전화했죠.

알렸습니다, 이러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목소리에서 들뜬 기쁨이 엿보이더라고요.

그 정도지 말로써 어떤 소감을 얘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앵커]

당시 잘못된 판단과 수사를 한 검찰과 경찰이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준영]

그런 불법을 저지른 것이 잘못이기는 하지만 만약에 그 불법을 제가 저질렀다면 저는 사과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해 봐요, 가끔씩.

저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과를 하지 않는 모습에 분노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인가라는 그 부분도 우리가 고민해 봐야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박준영 변호사님 하면 보통 재심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합니다.

이 타이틀은 어떠세요, 개인적으로?

[박준영]

전문도 여러 전문이 있는데 특허 전문, 조세 전문, 행정 전문, IT 전문.

뽀대나는 전문도 있는데 재심 전문은 왠지 좀 그렇잖아요.

그런데 어떤 부작용도 있냐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으로 착각을 하세요.

[앵커]

착각인가요?

[박준영]

착각이죠, 사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고

공부도 많이 해야 되는데. 그리고 또 저 변호사만 만나면 뭔가 성과를 내리라, 낼 것이다라는 그런 큰 기대를 하시면서

제게 다가오십니다.

그 부담감이 너무 크죠.

[앵커]

영화에서 보면 재심을 맡게 된 계기가 거대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나오잖아요.

실제 이유는 어떤 거였나요?

[박준영]

일단은 연수원 성적이 안 좋았어요. 성적이 좋으면 학벌이나 이런 배경을 극복할 수 있는데

성적이 안 좋아서 저는 사건 수임이 잘 안 됐습니다.

주변분들도 저한테 사건을 안 맡겼고.

그래서 오기가 생기고 좀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다가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원 노숙 살인사건이라고.

그 첫 재심 사건이 국선 변호를 통해서 제게 다가왔고 저는 이 사건이 제 운명을 바꿔줄 거라고 예측하고 달려들었죠.

[앵커]

그런데 재심이 이렇게 어려운 사건이고 많은 변호사들이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사건이기도 한데요.

계속해서 재심에 참여하고 맡으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박준영]

발을 잘 담가야죠, 처음에.

발을 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는 거죠.

주변분들의 어떤 기대와 이런 것들, 이미지, 주변분들의 기대와 응원.

여기서 제가 이걸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됐을 때 저한테도 불행이고 또 저를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는 분들한테도

실망을 줄 것 같다는 그런 것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변호했던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다음 달 열려…"무죄 판결 확실"

<나의 인생 컷 - 낙동강변 살인사건 살인 누명 피해자와의 뒷모습>

[앵커]

저희가 지난주부터 함께하고 있는 코너인데요.

나의 인생컷 순서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 담긴 사진을 골라와 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함께 보실까요?

[박준영]

지금 현재 진행 중인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억울한 옥살이를 하신 당사자분과 함께 걷는 장면인데.

[앵커]

장동익 씨?

[박준영]

장동익 선생님이십니다. 뒷모습을 찍으셨어요.

뒷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앞이 잘 안 보이시는 분과 함께 동행하는 모습.

이 사진을 선정한 이유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런 약한 분들,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담겨 있습니다.

[앵커]

당시에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셨잖아요.

[박준영]

맞습니다.

[앵커]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고.

다음 달에 선고가 내려지는데 어떻게 예상을 하시나요?

[박준영]

무죄 당연히 나오죠.

무죄 안 나오면 제가 매장당하죠,

이제까지 한 얘기가 있는데, 무죄 당연히 나오고요.

또 재심 개시 결정이 사실상 무죄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무죄는 당연히 나오고 이 사건의 의미를 잘 알리는 게 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하고 본인의 삶과 가족들의 삶이 완전히 파괴된 사건들이잖아요.

이런 비극적인 사건에 그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울 때가 많아요.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분들의 경험과 마음가짐들이 아름답고요.

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의 모습도 아름답고, 때로는 이 억울한 사건을 알리려고 애를 쓰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이 아름다움이 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분들도 살아왔는데, 저분들도 그 고통을 견뎠는데 나도 한번 살아봐야지라는 생각하지 않을까요?

"반전세 살고 중고차 몰아"…재심은 한 번뿐이라 진검승부 필요

[앵커]

이렇게 재소자들의 인권에 대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오셨는데 재소자 인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법체계 수준, 상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박준영]

가 재소자 인권에 대한 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사실.

교도관들의 인권도 함께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교정행정의 문제점도 얘기했고요.

이 교정행정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우리의 어떤 인식이거든요.

'지은 사람들한테 뭘 따뜻하게 먹이고 재워?

힘들게 해야지 다시 그 감옥에 안 들어가겠다는 다짐하겠지'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물론 죄지은 사람들한테 불이익을 가하는 게 맞죠.

하지만 자기가 저지른 죄에 상응한 불이익이어야 되는 것이지 그걸 넘어서는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고 적개심을 갖게끔 만드는 불이익은 교정행정의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매도해버리면 그들이 교도소를 나와서 정상적으로 사회생활 할 수 있을까요?

사회에 대해서 적개심 가져요.

그 적개심은 어떻게 표출이 되냐 하면 범죄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의 피해자가 나와 내 주변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교정행정은 결국 나와 내 주변, 우리의 안위를 지키는 문제로 접근해야 됩니다.

그렇게 접근해야지 재소자의 인권과 교도관들의 인권도 함께 보이는 거죠.

[앵커]

제가 변호사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려고 준비하면서 든 생각이 재심에 대한 승소가 많아지고 변호사님이 승소를 많이 할수록 역으로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좀 들었거든요.

[박준영]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사건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이 그리고 또 사건 관계자가 사과하는 것이 '그래도 우리 사법이 살아 있구나, 정의가 살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뢰를 뒷받침하는 작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이런 질문이 있는데요. 유명세에 대한 대가일 수도 있겠지만

변호사님에 대한 이런 비판이 좀 있다고 합니다.

'길 수 있는 사건, 돈이 좀 되는 사건만 수임한다.'

이 얘기가 맞는 겁니까?

[박준영]

이 기회에 해명 좀 해야겠네요.

먼저 뒷부분, 돈 얘기 먼저 하죠.

돈이 되는 사건을 제가 수임했다면 지금 반월세를 살지는 않겠죠.

그리고 또 지금 타고 다니는 차도 12년 된 2009년식, 530만 원 주고 산 차예요.

그래서 이건 오해다.

그리고 또 '이길 만한 사건을 맡았다.'

물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맡았던 건 맞아요.

그런데 가능성을 올리는 지난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재심이라는 것은 한 번 기각되어버리면 동일한 사유로 다시 청구를 못 하는 진검승부를 해야 되기 때문에

될 만한 사건을 맡아서 했던 것도 맞아요.

[앵커]

재심이라는 게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여기 들어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나요?

[박준영]

아무래도 무죄 판결 나올 때 보람되죠. 무죄 판결 나올 때 보람되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요즘 보람보다는

우려도 상당히 많은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재심과 무죄가 그분들의 억울한 삶을 완전히 회복시켜주지는 않거든요.

남은 인생 잘 사셔야 되는데 그 트라우마와 또 이미 침해된 삶이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제가 요즘 경험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사회 공동체가 많이 노력해 주시면 좋겠다.

[앵커]

지금 하신 말씀에 힌트가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변호사로서의 계획 끝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박준영]

개인적인 꿈은 '박 변호사가 하는 말은 그래도 들을만해, 어떤 진영논리로 하는 얘기는 아니야. 일단 들어보자,'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법조계의 어른이라면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앵커]

오늘 인터뷰 굉장히 들을만했고요.

의미 있었습니다.

[박준영]

감사합니다.

[앵커]

앞으로 변호사님의 앞날도 저희가 많은 박수를 보내면서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출연해 주셔서 굉장히 고맙습니다.

[박준영]

감사합니다.

[앵커]

시사토크 알고리줌, 다음 주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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