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빌때 때려잡자" 유시민 사과에 소환된 조만대장경

김명진 기자 입력 2021. 1. 22. 18:22 수정 2021. 1. 2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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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일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과거 자신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며 1년여 만에 사과하자 조국 전 법무장관의 과거 소셜미디어 게시물인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의 사과 관련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조국 흑서'의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서 조 전 장관의 과거 트윗을 캡처해 올렸다. 그는 “유 이사장의 발언들로 고통을 겪는 많은 분을 봤다”며 “제 입장을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의 트윗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2016년 12월에 올린 트윗을 인용했다. 내용은 ‘사람을 무는 개가 물에 빠졌을 때, 그 개를 구해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두들겨 패야 한다. 그러지 않다면 개가 뭍에 나와 다시 사람을 문다’는 중국 문학가 루쉰의 글이다. 유 이사장의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2010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게시글 내용. /페이스북

네티즌 사이에선 또 다른 조 전 장관의 과거 어록도 화제가 됐다. “파리가 앞 발을 싹싹 비빌 때 이 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 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 놈을 때려 잡아야 할 때이다’”라는 내용이다.

이는 조 전 장관이 2010년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채 문제로 사퇴를 앞두고 있을 때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유명환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 어디선가 들은 우스개소리 하나 한다”고 했었다. 이 역시 유 이사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말고 계속해서 비판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책임을 져야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사퇴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게 진정한 사과” “확실하게 비판하자”라며 향후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진심어린 사과인지? 이중적 인격의 소유자” “워낙 촉새라서 사과하는 건 믿을 수가 없다”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 서민 “文정권 최초 사과”… 권경애 “노무현 모욕, 이사장 물러나야”

조국 흑서 공저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유시민의 사과가 고맙다”고 적었다. 그는 “유시민의 사과는, 내가 기억하기론, 문 정권 X들 중 거의 최초의 일인데, 그 사과에 그간 맺혔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린다”고 했다. 유 이사장의 사과가 늦은 것은 맞지만 과오를 반성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 글엔 “이번 유시민씨 사과는 그냥 그대로 평가하고 싶다” “나도 잘못 생각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자신을 돌아보고 수정할 줄 아는 자세가 널리 확산돼야” “만시지탄이지만, 사과는 봐줄만 하다”는 댓글도 달렸다.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사과의 진정성이 있으려면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위에서 노무현을 욕보인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어 놓는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유시민이 조국 사태 이후 행한 증인 회유, 거짓사실 유포, 음모론 유포들 중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형사처벌의 위험성이 높은 노무현재단 금융거래 불법 조회 발언에 대해서만 콕 집어 한 사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정도도 김경율 회계사님의 집요한 추궁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사과였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조국 사태 이후 만연했던 허위사실과 음모론 유포의 유력인사 중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첫 사과를 낸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허위의 선동으로 여론을 조작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에게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모든 분에게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응 평가해 줄 만하다”고 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과문을 통해 검찰이 과거 자신의 계좌를 조회하는 등 뒷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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