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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국회의원은 GMO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입력 2021. 01. 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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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 하나.

유전자변형생물(GMO)에 관한 대담에서 넙치 유전자를 토마토에 삽입한 사례가 나온 적이 있었다.

GMO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비율은 90%대에 달했다.

1996년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된 때부터 25년째 한국은 GMO를 수입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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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스갯소리 하나. 유전자변형생물(GMO)에 관한 대담에서 넙치 유전자를 토마토에 삽입한 사례가 나온 적이 있었다. 추위에 견디도록 변형된 이 토마토는 혹독한 기후변화에도 식량 확보를 약속하는 상징처럼 보였다. 얘기를 나누다 불쑥 질문이 나왔다. "그럼 토마토가 넙치처럼 납작해지나요?" 그럴 리 있겠냐며 웃어넘기다가, 어쩌면 진짜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바쁜 일상에서 난해한 생명공학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복잡한 이슈를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는 정책결정가의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며칠 전 언론매체에 소개된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8월, 21대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GMO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했다. 응답률은 78%(234명)로 높은 편이었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논란이 진행된 사안이기에 소속 상임위원회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의원이 관심을 가졌으리라 짐작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GMO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비율은 90%대에 달했다. 하지만 '관심이 있다'는 답변은 20%대였다. 물론 대표 사례로 납작해진 토마토를 떠올리지는 않겠지만, 관심이 너무 적어 보인다. 상업용으로 승인하는 과정에서 인체와 환경에 대한 위해성 심사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안다는 답변은 30%대였다. 논의의 현장에서는 승인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객관성까지 지목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가장 눈에 띈 대목은 국내에서 GMO가 재배되고 있는지에 대한 인지도였다. 1996년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된 때부터 25년째 한국은 GMO를 수입만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많은 종류의 국산 GMO가 개발돼 왔지만 아직 재배가 허가된 적은 없다. 과학적 판단과는 별도로 재배 승인은 농가와 소비자를 비롯한 다수 이해당사자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 상업적 재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의원이 20%대에 불과했다. 정말 무심하다.

이번 조사에서 질문은 주로 농작물에 맞춰진 듯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식용으로 승인된 슈퍼연어 같은 동물 GMO를 다뤘으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마침 최근 국내에서 첨단기법을 활용해 근육을 25% 증가시킨 넙치 개발 소식이 들렸다. 슈퍼연어처럼 외래유전자를 삽입한 '기존의 GMO'는 아니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이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넙치의 근육 발생이 늘어나도록 변형했다. 지난해 연구원의 10대 우수 성과에서 대표 사례로 꼽혔고 해양수산과학기술대상의 학술연구 최우수상을 받는 등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가 얼마나 반길 일일까. 유전자가 변형된 생선은 더는 외국 얘기가 아닌 것 같다. '2019 바이오안전성백서'에 따르면, 유전자가위 기술로 성공리에 개발되고 있는 어류는 미국의 차넬메기, 중국의 미꾸라지와 틸라피아, 일본의 무지개송어와 복어 정도였다. 이제 한국의 넙치도 목록에 오를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유전자가위 기술은 무엇이며 얼마나 안전한가. 알고 선택할 권리는 보장되는가. 정책결정자가 나서 풀어야 할 현안들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였단다. 비율이야 어쨌든 우선은 '상세히 알고 있다'고 답변할 의원이 기다려진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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