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국가와 자장가 속에 담긴 국민정서

남상훈 2021. 1. 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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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자유와 평등·美 개척정신 등
국가는 '그 나라만의 문화' 담아
일정한 운율 반복하는 자장가
단순하지만 진솔함 느껴지게 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면서, 강의가 끝나면 마치 애프터서비스처럼 사후 관리 관련 이메일을 받곤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역시 세계 각지의 음악들을 보다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들이다. 방법은 딱 하나. 그저 많이 듣고 많이 고민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번 회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하나 제안하려고 한다.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의 관습과 정서를 대표로 하는 두 가지 장르를 들어보자. 어쩌면 음악 듣는 재미, 그리고 음악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독자 나름대로 찾아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 번째는 바로 국가(國歌, National Anthem)이다. 음의 고저장단으로 나라를 상징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나라만의 얼굴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애국가인데, 우리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애국가의 역사는 그다지 긴 편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작곡가의 이력을 포함해 애국가에 관한 여러 논란을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 애국가를 포함해 200개가 넘는 각 나라들의 얼굴과 같은 국가는 대부분 그 속에 그 나라들만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프랑스 국가 ‘르 마르세유’ 속에는 1789년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담아 지금까지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고,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 속에는 미국이 항상 앞세우는 개척 정신을 담고 있다. 또한 옆 나라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 속에는 그들만의 전통 음계를 사용하면서도, 오랜 역사와 함께 추악한 근대사까지 살펴볼 수 있다. 욱일기가 반자동으로 떠오르는 건 덤이다. 스페인 국가처럼 구체적으로 공식 가사가 없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국가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신생 공화국들의 국가들 중에는 그 나라 음악 전통이나 역사와는 별 관계가 없이 서양식 작법에 의존한 국가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국가가 오래된 것일수록, 그 나라만의 전통이 잘 살아있음은 확실하다. 작법이든 악기 사용이든, 음의 고저장단을 통해 그 나라의 지리나 기후까지 반영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음악을 통해 느끼는 소소한 재미일 것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두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음악은 바로 자장가다. 일명 들을 때마다 항상 졸리는 음악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장가의 본질은 ‘아이들을 재우기 위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들어서 졸리면 그 노래는 자장가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세계 각 지역과 민족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자장가들 속에 등장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도 좋다. 예를 들어 만국 공통 소재들부터 찾아보자. 자장가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부분 ‘잠을 자야 하는 대상’이며, 다들 왕자 또는 공주이다. 귀한 왕자님과 공주님들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도록 지켜주는 존재도 보통은 달님 또는 별님들이다. 물론 왕자님과 공주님들의 숙면을 방해하거나 오해를 받는 존재들도 등장한다. 우리나라 자장가에서는 검둥개만 애꿎게 강제로 매번 등장한다. 음악 형식으로 살펴보자면, 일정 테마나 패턴을 무한으로 반복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장가를 듣는 대상이 잠들 때까지. 반복이야말로 지루함에 못 이겨 잠이 들 수도 있는 효율적인 자장가의 필수 요소이다. 만일 왕자님과 공주님이 잠들지 못한다면? 이때는 자장가를 불러주는 ‘가수’의 기지가 발휘될 순간이다. 가수는 반복되는 가락 또는 멜로디에 얹을 가사를 즉흥으로 써 내야 한다. 대부분 어머니이자 할머니 등 여성의 교육 수준과 생활, 그리고 보고 배운 것들이 그 가사를 결정한다. 그러다 보면, 유대인 자장가 중 모세의 이야기처럼 성경 중 일부 한 편이 통째로 자장가 가사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아이야 당연히 어머니의 목소리만큼 편안함을 주는 가수가 없을 테지만, 레코딩이나 공연 무대에서 자장가를 잘 부르는 가수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성악 딕션이나 알앤비 창법, 오랜 세월 갈고 닦은 아이돌 그룹 식 발성으로 부른다고 가정할 때, 어쩌면 그런 기교는 자장가의 본질에 지나치게 많은 색깔을 입히는 작업일 수도 있다. 자장가는 가장 단순하고 진솔하게 다가서야 하는 어려운 음악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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