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재 曰] 헬스장 좀 살려주세요

정영재 2021. 1. 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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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명령으로 헬스업계 고사 위기
종사자 대부분 젊은층..고용대책 시급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장 흉악하게 할퀴고 간 곳이 있다. 소위 헬스클럽이라고 부르는 피트니스센터와 필라테스·요가 강습소 같은 실내 체육시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뒤 이들은 집합금지명령을 받아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들은 “정부가 특정 업종에만 무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일부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나는 2년 전 『2만원의 철학』(중앙books)이라는 책을 썼다. 고졸 신용불량자 출신 ‘동네형’ 구진완이 8년 만에 50여 개 지점을 거느린 대한민국 최고 피트니스클럽 체인 GOTO(고투)를 일으킨 스토리를 담았다. 책은 교보문고 경제경영 분야 톱10을 한 달 이상 지켰다.

며칠 전 구 대표와 점심을 함께 했다. 그의 표정은 예상외로 밝았다. 지난해 1월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는 그는 “원래 무일푼이었으니까 더 잃을 것도 없잖아요. 고통스럽지만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희망으로 견디고 있습니다”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저는 괜찮지만 이 업계에서 일하는 수많은 동료 선후배가 절망하고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피트니스 업계 매출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평균 30% 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기존 고객은 70% 정도 나오지만 신규 회원이 거의 없다.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노무 쪽에서 터지고 있다. 트레이너의 30% 정도가 빠져나갔다. 경영 상황이 악화하다 보니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처우나 불평등 계약 등의 문제도 분출하고 있다. 급여가 밀리고, 퇴직금을 주지 못해 힘들어하는 점주들이 많다.

트레이너들이 떠나는 이유는 당장 수입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더 이상 이 분야에서 비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트니스센터를 떠난 트레이너들이 주로 하는 일은 택배 배달이다. 그조차도 너도나도 이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처우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지난 연말 전국에서 5개 이상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모여 ‘전국피트니스경영자연합회’를 만들었다. 고사 위기에 처한 피트니스 업계의 현실을 알리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 위한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다.

연합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구 대표는 “집합금지명령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을 요구할 겁니다. 더 중요한 건 젊은이들 일자리죠. 전국 8000여 개 피트니스센터, 1만5000여 필라테스·요가 강습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너·강사와 관리·영업 직원을 합치면 수십만 명입니다. 이 시장이 무너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합니다. 저리 융자나 고용유지 장려금 같은 것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월평균 급여 비용의 최대 2.5배까지 지원해 주는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헬스산업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구 대표는 “저희가 만든 온라인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인 ‘고투홈’ 이용자가 30% 이상 늘었어요. 물론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운동하는 수요도 줄지 않을 거고요. 이젠 각자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집이든 헬스장이든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운동하는 세상이 될 겁니다”고 내다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에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센터를 짓는 예산으로 올해 2725억원을 배정했다. 지난해보다 6.7% 늘어난 액수다. 지역에 스포츠 인프라가 확장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고사 위기에 빠진 민간 스포츠 업계가 회생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붓는 게 더 급한 것 같다. 구 대표와 활짝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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