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변수된 주가.. 與 '공매도 풀려 폭락땐 개미표 잃는다' 걱정

노석조 기자 2021. 1. 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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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투심] '공매도 금지'의 정치학
/일러스트=김성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월 15일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를 3~6개월 연장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동학 개미'(개인 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부 방침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증시 건전성을 고려해 지난해 9월 시행한 ‘공매도 6개월 금지’ 조치를 예정대로 해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당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선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고 시간적 여유를 둔 상태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금융위도 이 같은 당의 중론을 이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향자 당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동학 개미를 ‘애국자’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적극 투자할 여건을 만들 의무가 있다”고 했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개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을 주장했다. 같은 당 송영길·박용진·신영대 의원 등도 같은 입장이다. 민주당에선 오기형 의원이 거의 유일하게 “외국 투자자의 이탈이 우려된다”며 공매도 재개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김하경

여당이 공매도 연장으로 기우는 것은 동학 개미 상당수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2030 세대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정보·자금이 풍부한 외국 전문 투자자나 금융기관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또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특성상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그간 증시 호황의 혜택을 누린 동학 개미들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번 4·7 선거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미친 부동산 값에 따른 박탈감인데, 이걸 보완해준 것이 주가 상승이었다”면서 “여권으로선 주가 하락을 부를 수 있는 공매도 재개는 어떻게든 선거 이후로 넘기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대응책으로 작년 3월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그해 9월 풀려고 했지만, 동학 개미의 거센 반발로 재연장 조치를 했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난 1년간 공매도 제도를 개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미적대다가 선거를 앞두고 동학 개미를 위하는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공매도는 증시 과열을 가라앉히는 등 순기능도 있다”며 “무조건 공매도를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이탈해 동학 개미가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최고가를 경신한 지 하루 만에 하락했다. 2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0.21포인트(0.64%) 내린 3140.63에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하지만 동학 개미 3명 중 1명이 이번 보궐선거 유권자인 만큼 여권은 ‘공매도 금지 연장' 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12월 결산 상장법인 2302사의 주식 소유자(중복 소유자 제외)는 약 618만7021명이었는데, 그중 서울·부산 거주자는 각각 173만5896명, 39만2751명으로 전체의 34.4%였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폭락장 이후 ‘영끌’ 열풍이 벌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가 급속히 늘었다. 동학 개미가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미치는 힘이 더 세진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매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치권이나 여론의 흐름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고 있다”고 했다.

☞공매도

주식을 빌린 뒤 매각하고 일정 기간 뒤에 사서 갚는 거래 기법이다. 주식을 빌려 매각한 시점보다 주식을 사서 갚는 시점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요국 증시는 모두 공매도를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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