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3] 얼마나 놀라운가, 이 달콤한 단조로움은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 01.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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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novelty is worth that sweet monotony

“우리가 이 땅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음은 이 땅에서 보낸 유년 시절 때문이며,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따던 그 꽃들이 봄마다 이 땅에서 다시 피기 때문이다.”(We could never have loved the earth so well if we had had no childhood in it if it were not the earth where the same flowers come up again every spring that we used to gather with our tiny fingers.)

조는 동생 베스와 해변에 나란히 앉아 조지 엘리엇의 소설 ‘플로스 강변의 물방앗간'을 읽어준다. 베스는 병으로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냥 즐거웠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두 사람. 조는 늘 당차고 씩씩하지만 동생의 죽음 앞에서만은 한없이 약해진다.

큰언니 맥은 가정교사와 소박한 결혼을, 둘째 조는 작가로서의 험난한 인생을, 막내 에이미는 명문가 자제와 결혼을. 마치가(家)의 작은 아씨들은 유년 시절의 끝에서 각자의 현실적인 인생을 찾아가지만 조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의 삶이 매일이 즐거웠던 유년 시절만 못하다. 맥의 결혼식 당일, 시시한 결혼 따위 하지 말고 도망쳐버리자는 조의 말에 맥은 이렇게 답한다.

“내 꿈이 네 꿈과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Just because my dreams are different than yours doesn’t mean they’re unimportant.)

누군가에겐 평범한 삶도, 시시한 어른의 삶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그 단조롭고 자명한 삶이야말로 유년의 기억을 더욱 값지게 하는 건 아닐까. 마치 조가 베스에게 읽어준 구절의 뒷부분처럼.

“얼마나 놀라운가. 모든 것이 자명하고, 자명하기에 사랑받는 이 달콤한 단조로움은”(What novelty is worth that sweet monotony where everything is known and loved because it is known.)

‘작은 아씨들'<사진>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로 마치가 네 자매의 성장담이다. 수차례 영화화됐던 이 작품은 2019년에 그레타 거윅 감독의 손으로 재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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