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꺼내 먹는다" '필요'가 만든 냉장고
유석재 기자 2021. 1. 23. 03:05
필요의 탄생
헬렌 피빗 지음 |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352쪽 | 1만9800원
“새로운 가족은 당신의 삶을 화사하게 만들고 주방 색을 아름답게 꾸밀 것입니다!” 1950년대의 한 광고에 등장한 이 ‘가족’이란 냉장고였다. 1930년대만 해도 부유층의 사치품이었던 냉장고는 1960년대에 이르러 미국 가구의 97%가 보유한 전자제품이 됐는데,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 보관’과 ‘매끈한 디자인’을 강조한 제조사의 집념 어린 마케팅 결과였다.
영국 런던과학박물관 큐레이터가 쓴 이 책은 19세기 냉각 기술 발명 이후 세계 가정의 필수품이 된 냉장고의 역사를 짚으며 ‘필요란 무엇에 따라 만들어지는가’를 이야기한다. 과학기술의 진보, 시대 흐름에 마케팅을 더하면서 인류는 냉장고 때문에 식생활과 주거 구조, 소비 습관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1년 수확으로 음식을 얻던 오랜 전통 대신, 언제든지 그걸 사서 저장할 수 있게 됐다. 냉장고야말로 사람들이 품었던 욕망이 현실에서 실현된 표본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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