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세상은 성적 순이 아니랍니다

하동/김준호 기자 입력 2021. 1. 23. 03:05 수정 2023. 11. 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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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지은 시 260편으로 ‘다시 너와…’ 펴낸 교사 최하나

“시집 속에선 우등생도, 문제아도 없어요. 순수하면서 나름의 생각을 가진 ‘사춘기 시인(詩人)’만 있죠.”

교사 최하나(왼쪽에서 셋째)씨와 제자들. /최하나씨 제공

경남 하동중앙중학교 국어 교사 최하나(42)씨가 지난 19일 시집 ‘다시 너와 마주칠 수 있다면’을 냈다. 전교생 135명에게서 자작시 총 600편을 받아 그중 260여편을 골라 담았다. 시집 제목부터 표지와 감수까지 최씨와 중학생 초보 시인들이 힘 모아 완성했다.

최씨는 2013년부터 8년째 부임하는 학교마다 ‘전교생을 시인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매해 벌이고 있다. “인생 롤 모델이고 교사 선배인 어머니와 유년 시절 시를 쓰며 소통한 추억과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했다. “감수성 짙은 사춘기 제자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몇몇 모범생이 이끄는 문집이 아니라, 평범하고 가끔 말썽 피우고 걱정도 많은 보통의 친구들이 모두 참여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시집 발간은 제자들에게도 변화를 줬다. 문학을 전공으로 택하고, 시인으로 등단한 제자도 생겼다. “아이들이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길 바랐는데, 위로받는 건 저 같은 어른들이었어요.”

그는 “아름답지만 힘들 수도 있는 지금 유년의 느낌을 시를 통해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전교생 시인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하동=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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