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하늘이 아름다운 건 구름이 있기 때문

채민기 기자 입력 2021. 1.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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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구름 한 점|개빈 프레터피니 지음|김성훈 옮김|김영사|372쪽|2만2000원

“우리는 구름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구름이 없다면 우리 삶도 한없이 초라해지리라 믿는다.”

구름감상협회의 강령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단체는 구름을 불길함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 모임이다. 또한 구름은 흩어지고 마는 것이지만 그 덧없음이야말로 본질에 가깝다. 구름은 준비된 이에게만 찰나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강령은 ‘파란하늘주의’에 맞서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독일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달빛 드리운 해변'에 묘사된 거친물결구름. 구름감상협회가 제안한 거친물결구름(asperitas) 명칭은 2017년 세계기상기구가 구름의 새로운 분류로 채택했다. /김영사

협회는 120국에 5만3000여 회원을 두고 있다. 창립자이자 회원 번호 1번인 저자가 전 세계 회원들이 촬영한 구름 사진을 모아 짧은 글과 함께 엮었다. 반 고흐부터 우키요에(일본 풍속화) 대가 호쿠사이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이 묘사한 구름을 추적하고, 석가모니·노자·바이런 같은 거인들이 구름에 관해 남긴 언급을 인용해 이야기 폭을 넓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지상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구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기껏해야 여남은 가지 알았던 구름 종류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제목처럼 하루 한 장면씩 일별하도록 구성돼 있지만, 세계 각지의 신비로운 하늘에 매료돼 금세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구름에 대해 꽤 탄탄한 지식을 갖추게 될 것이다.

‘네덜란드의 산은 구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야코프 판 라위스달의 풍경화‘하를렘 근처 시골의 표백장’(1670). 지평선을 낮게 배치하고 구름으로 화면을 채워 극적인 효과를 연출했다. /김영사

경탄하며 하늘을 올려다봤을 회원들의 열정이 행간에서 묻어난다. 순수한 몰입은 취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기존 유형에 포함하기 어려운 구름에 대해 ‘거친물결구름(asperitas)’이라는 새 분류를 제안했고 이 명칭은 세계기상기구에서 발행하는 국제 구름 도감 2017년 판에 실렸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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