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하찮다고요? 잠재력 무궁무진한 요리입니다

정리/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1. 1. 23. 03:07 수정 2024. 1. 3. 10: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떡볶이 마니아의 단골' 요리연구가 홍신애
떡볶이와 순대, 튀김으로 구성된 '그린네 은쟁반'의 1인세트(앞)와 꼬마김밥./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인기 요리 연구가이면서 이탈리아 음식점 ‘솔트’를 운영하는 홍신애(45)씨가 최근 ‘모두의 떡볶이’(맛있는책방)를 펴냈다. “떡볶이 요리책을 낸다고 하자, 주변에서 ‘너무 가벼운 주제 아니냐’고들 했어요. 저는 떡볶이가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평범함을 넘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음식이 바로 떡볶이거든요.”

그는 떡볶이 애호가다. “방송 때문에 소문난 식당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유명 식당을 방문한 다음에는 주변 떡볶이 맛집을 찾아내 시식했어요. 신기하게도 어느 지역이든 독보적인 떡볶이 맛집이 존재하더라고요.” 그렇게 찾은 떡볶이집 중에서 특히 아끼는 4곳을 어렵게 꼽았다. “저의 40년 인생 단짝 떡볶이를 마음껏 즐겨주세요.”(웃음)

그린네 은쟁반

“여기는 떡볶이를 은쟁반에 줘요. 무조건 꼬마김밥과 같이 먹어야 해요. 순대도 너무 맛있어요. 떡볶이 먹고 나와서 옆으로 좀 가면 빵집이 있는데, 거기서 생도넛이랑 우유 마시고 수퍼마켓 가서 하드바 사 먹으면 3단 콤보 코스 요리 완성입니다!”

정확하게는 은쟁반이 아니라 미니 양은쟁반이다. 식당에서 음식 나를 때 쓰는 양은쟁반보단 훨씬 작지만, 분식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얼룩덜룩 초록색 접시보다 크고 넓다. 주인 위은영씨는 “우리도 1978년 처음 열었을 무렵에는 초록 접시에 담아줬다”고 했다. “모든 손님이 떡볶이 국물에 튀김과 순대를 무쳐 드시길래, 편하게 무치시라고 양은접시로 바꿨죠.”

그만큼 떡볶이 국물 맛이 탁월하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일까. 압력솥에 고구마를 쪄서 다시 전기밥솥에 넣고 참깨를 더한 뒤 소금을 뿌려 한 번 더 찐다. 고구마를 으깨 약한 불에 올려 고구마 풀을 만들고, 참깨를 빻아 섞는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더해 숙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양념장에 떡을 넣고 버무려 3시간 숙성한다. 떡볶이 국물과 떡이 따로 놀지 않고 혼연일체를 이룬다. 홍신애씨를 비롯해 많은 떡볶이 마니아들이 ‘인생 떡볶이’로 꼽을 만하다.

떡볶이 3000원, 튀김·순대 각 2500원, 1인세트(떡볶이·순대 절반씩, 튀김 2개) 4000원, 꼬마김밥 2000(3개)·3000(5개)원.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359길 16, (02)571-7500

루비떡볶이

“시원·칼칼·달달한 떡볶이의 최고봉입니다. 떡볶이 양념으로 고운 고춧가루를 불려서 써요. 덕분에 국물이 텁텁한 맛 없이 개운하고 시원해요. 야채튀김과 소시지 김밥도 유명해요. 소시지가 진짜 무식하게 하나가 통으로 들어 있어요. 우리 아들들도 대를 이어 그 집에 가고 있어요.”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푸드트럭으로 출발해 번듯한 가게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걸그룹 등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새우깡떡볶이는 작은 민물 새우를 튀겨서 올리는데, 바삭하게 튀긴 새우와 맵고 칼칼한 떡볶이 국물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루비떡볶이 4500원, 새우깡떡볶이 5500원, 모둠튀김A 6500원, 소시지김밥 4500원. 서울 강남구 선릉로153길 21, (02)516-7147

수퍼판

“요리 연구가 우정욱 선생님식 떡볶이를 맛볼 수 있어요. 떡볶이도 요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지요.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서울 이촌동 맛집으로 이름 날리던 ‘수퍼판’이 얼마 전 한강을 건너 신사동으로 이전했다. ‘세련된 서울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라는 바탕은 그대로되, 와인과 전통주 등 술과 함께 즐기기 알맞은 요리가 추가됐다. ‘기름떡볶이’는 옛날 엄마가 간장 양념에 소고기 넣고 해 주던 떡볶이를 연상케 하는 동시에 고급 레스토랑 요리의 세련미도 맛볼 수 있다.

기름떡볶이 1만8000원, 서리태 마스카포네 치즈 1만5000원, 문어 아보카도 2만4000원, 업진살 수육 4만8000원. 서울 강남구 논현로167길 15, 010-8288-3848

서울 논현동 '솔트'에서 만난 요리연구가 홍신애씨는 "저는 진짜 떡볶이 마니아"라며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떡볶이가 항상 곁에 있었다"고 했다./고운호 기자

맛나분식

“친구랑 생선 보러 제주도 갔다가 태풍에 갇혀 2박3일 숙소에서 라면 끓여 먹다가 탈출해서 먹은 떡볶이예요. 굵고 보드라운 떡 씹는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항상 흥건히 취해 계신 사장님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모님, 따님들 웃음 소리 가득한 집이죠.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전망까지 일품입니다.”

두툼한 오징어튀김, 바삭한 고추튀김, 시원한 멸치국수, 칼칼한 비빔국수가 두루 훌륭하다. 제주시 세화민속5일장 안에 있다. 장이 열리는 5일, 10일에만 영업한다.

떡볶이 4000원, 멸치국수 4000원, 비빔국수 6000원, 오징어튀김 1000원(1개), 고추튀김 2000원(3개). 010-5516-2053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