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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싸가지' 유시민의 사과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1. 01. 2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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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방송을 진행 중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권에서 ‘싸가지 없는 발언’의 대명사였다. 2002년 호남 중진들에게 “DJ(김대중 전 대통령) 신임만 받으면 개똥이건 소똥이건 할 수 있는 3, 4선이 무슨 훈장이냐”고 했다. 2004년에는 “많은 교회가 대중을 무지와 미몽 속에 묶어놓고 마취시키는 서비스업이다. 예수님이 오신다면 다 때려부술 것”이라고 했다. 이어 “60대가 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했다.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했고, 청년들에겐 “취업은 각자 책임”이라고 했다. 그래서 “싸가지 없게 말하는 재주를 지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랬던 그가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선 표변했다. 단정한 회색 양복에 2대8 가르마를 하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3년 전 등원 때 라운드티에 백바지를 입은 반항아와 달랐다. 깍듯하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며 “허물이 많았다. 과했던 표현에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각종 구설로 여론이 들끓으면 사과로 무마하곤 했다. 여당 동료 의원들이 그의 장관 입각에 집단 반발하자 “그동안 잘못했다”는 사과 편지를 돌렸다. 자신이 가해자였던 ‘서울대생 민간인 폭행(일명 프락치) 사건’의 피해자들이 청문회장 앞까지 들이닥치자 20여년 만에야 사과했다. 기독교계 반발엔 “제 교만과 독선에 회개한다”고 했고, 자신의 시사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여기자 성희롱 발언이 터지자 재빠른 사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2013년 정계 은퇴 선언 후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미지 변신을 했다. 하지만 2018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다시 ‘싸가지 유시민’으로 돌아왔다. 조국 사태 땐 온갖 궤변으로 조국 일가를 옹호했다. 정경심씨의 증거인멸 행위를 ‘증거 보전’이라고 감싸고 동양대 총장에겐 회유성 전화까지 했다. 이에 대해선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그는 2019년 12월 검찰이 노무현재단과 자신의 계좌를 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년여간 입증도 못하며 침묵하다 갑자기 사과문을 냈다.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적대감에 사로잡혀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 검찰 관계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앞으로 정치 비평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돌연한 사과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여론이 불리해지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오면 사과하고 머리를 숙여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그럴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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