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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라 빚 걱정' 부총리, 與 포퓰리즘 맞설 뜻 없이 말만 하나

입력 2021. 01. 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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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성장 BIG3추진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1.21.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정세균 국무총리와 여당이 코로나 방역 등 정부 정책으로 피해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을 법으로 보장하겠다고 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소셜 미디어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압박에 반대했다는 ‘면피용 기록'만 남기고 결국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영업 중단 조치로 피해를 본 상인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꼭 필요하다. 지금도 추경예산 등에 반영해 소상공인 등에게 현금 지급이나 금융 지원 등을 해오고 있다. 다만 이런 지원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논란거리다. 정책으로 인한 영업 손실액이 얼마인지 계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코로나 타격이 가장 큰 자영업·소상공인 지원보다 ‘전 국민 현금 뿌리기'를 우선하더니 이제 와서 전 세계에 유례없는 손실 보상법을 들고나왔다. 결국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일 것이다.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코로나 손실 보상에 최고 월 24조원이 든다고 한다. 지원 대상과 보상 범위, 지원액 등을 둘러싸고 큰 혼란도 불가피하다. 이런 정치적 요구에 맞서 국가 재정을 지키는 것이 경제부총리의 임무다. 자기 직을 걸고 법제화를 막든가, 아니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홍 부총리는 취임 후 2년여 동안 정치권의 포퓰리즘 압력을 막지 못하고 다 들어줬다. 여당이 돈 퍼붓는 정책을 쏟아내면 처음에는 반대하는 듯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시키는 대로 다했다. 오죽했으면 ‘홍두사미’라는 별명까지 붙었겠는가. 작년에는 4차례나 추경을 편성하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세금으로 만든 가짜 일자리, 통신비 등 온갖 선심성 지원에 천문학적 세금을 뿌리는 데 앞장섰다. 이번에도 반대하는 척하다가 결국은 정권 시키는 대로 다 할 것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나라의 곳간지기 역할은 국민께서 요청하는 준엄한 의무이자 소명”이라 했는데, 그 소명을 버리고 포퓰리즘에 영합해 자리를 보전해 온 사람이 바로 홍 부총리 자신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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