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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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울산 선거 공작' 기소 1년, 정권의 총력 저지에 멈춰 선 수사·재판

입력 2021. 01. 2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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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을 검찰이 기소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수사와 재판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년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송 시장을 위해 문 대통령이 유권자를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작년 1월 29일 검찰이 기소한 후 1년이 다 돼 가는데 추가 수사와 재판이 한 치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정권의 총력 저지에 꽉 막힌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청와대의 조직적 범죄다. 대통령 비서실 내 일곱 조직이 후보 매수, 하명 수사,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에 군사작전식으로 뛰어들었다.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경찰이 그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며 흙탕물을 끼얹었다. 정권 차원의 범죄를 부른 것은 30년 친구 송철호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였다. 그 친구는 당선됐고 야당 후보 사무실을 급습한 경찰 책임자는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검찰 수사로 송 시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13명이 기소됐다.

선거 공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다.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수십 번 나왔다. 그래서 수사를 막는 일에도 정권이 총력전을 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검사들을 인사 학살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지휘권 발동 세 번,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했다. 추 장관 배후에 있던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 윤 총장 징계를 직접 재가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대한 추가 수사는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뭉개고 있다. 수사팀은 작년 1월 13명을 기소하면서 추가 수사는 총선 이후 재개한다고 했다. 수사팀이 총선 이후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추가 기소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지검장이 묵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수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대통령 앞에서 수사가 멈춰 선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대한 법원 재판은 피고인 측이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 검사와 피고인이 법정에 나와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은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피고인들의 혐의가 연결돼 있는데도 변호인들은 증거를 피고인별로 구분해 달라며 시간을 끌었다. 법조계에선 “이런 거로 1년을 끄는 재판은 처음 본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재판장이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교사 채용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동생에게 돈을 전달한 공범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면 처음부터 다시 재판해야 한다. 1심 판결이 언제 나올지 짐작도 안 된다.

정권이 총동원돼 불법을 저지르더니 이 불법을 덮는 데도 정권 전체가 달라붙었다. 지난 한 해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법과 규정을 짓밟은 법무장관, 그를 둘러싼 한 줌 충견 검사들, 그리고 정권과 코드를 맞춘 법원이 함께 손을 잡았다. 이 저지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탑이 누구인지는 물어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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