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구광모의 '선택과 집중'..전장 키우고 스마트폰 접는다

서민지 2021.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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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철수 고심..전장 등 미래 사업에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LG그룹에 과감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사진=LG]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LG전자가 부진을 이어가는 스마트폰 사업부 정리를 고심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잇따라 제기된 스마트폰 사업부 철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해왔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사업 재편을 시사했다.

재계에선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과감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고, 안 되는 것은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MC사업본부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며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이날 MC사업본부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때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특색 있는 휴대폰으로 시장을 이끌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비교적 늦게 진입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초콜릿폰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펫네임을 붙인 'LG 벨벳'과 폼팩터 혁신을 내세운 스위블폰 'LG 윙' 등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에 달한다.

LG전자가 부진을 이어가는 스마트폰 사업부 정리를 고심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전장,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LG그룹은 '구광모 체제'가 들어선 이후 미래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전장 사업이다. 지난해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마그나)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신성장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전장 사업에 유독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하며 신사업 모델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 LG화학에서 물적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부문만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이로써 LG그룹은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에 이르기까지 인포테인먼트, 배터리, 파워트레인, 디스플레이, 차량 통신·조명용 부품 등을 아우르는 전장 회사로 발돋움했다.

AI 사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AI 전담 조직 'LG AI 연구원'을 출범했다. 그룹 차원에서 최신 AI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AI 난제를 해결하는 등 AI 사업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이달 초에는 디지털 전환에 맞춰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알폰소 인수를 통해 TV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서비스·콘텐츠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등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구 회장의 삼촌 구본준 고문이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MMA, 판토스 등 5개 회사를 이끌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변화도 앞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LG가 과감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구 회장이 취임 4년차에 접어들면서 본인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 만큼 미래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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