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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다리수술로 키 늘리려 했다

정현권 입력 2021. 01. 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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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골프] 골프 동반자 중에 고수를 만나면 나는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나보다 젊은 고수의 역동적인 샷을 보면 대단한 활기와 열정, 싱그러움을 느낀다. 전해지는 그 풋풋함과 열기에 나도 기분이 좋다.

예순을 한참 넘긴 고수의 스윙에서는 노련함과 연륜이 묻어난다. 하나하나 게임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기술이 아닌 지혜라는 생각마저 든다.

젊은 선수와 노장이 승부를 겨루는 골프중계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골프의 두 가지 맛을 한꺼번에 음미한다.

잭 니클라우스 /사진=매경DB
1986년 잭 니클라우스(81)의 마스터스 경기는 이런 맛을 느끼기에 최상이다. 골프 역사상 최고의 대회로 꼽힌다.

노장 잭 니클라우스와 신성 그레그 노먼(당시 31세)의 대결은 당시 골프를 모르는 대학생인 나로서도 어렴풋이 뉴스로 접한 기억이 난다. 셋째 날까지 6언더파로 선두인 노먼에 이어 5언더파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공동 2위, 4언더파 톰 카이트(미국)와 톰 왓슨(미국)이 공동 4위였다.

니클라우스는 선두에 4타 뒤져 9위에 랭크됐다. 언급된 모든 선수가 레전드급으로 70~90년대 골프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겼다.

전문가들에게서도 "황금 곰(니클라우스의 별명)은 동면에 들어갔다" "그의 클럽은 녹슬었다" "골프 디자인 사업이나 해라"란 말이 나왔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니클라우스는 아들 스티브에게 "마지막 날 65타를 치면 우승, 66타를 치면 연장전에 들어간다"고 예언했다고 한다.

기적은 마지막 날 9번홀에서 니클라우스가 버디를 잡으면서 시작됐다. 노먼과 바예스테로스 등 상위권 선수들의 리더 보더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선두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다 니클라우스는 9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선두권 혈전에 합류한다. 9·10·11번홀 버디, 15번홀 이글, 16·17번홀 버디로 10개홀에서 7타를 줄이는 괴력을 발휘한다.

마지막 홀에서 파를 잡으며 65타로 경기를 먼저 마치고 젊은 골프 영웅 노먼의 경기를 지켜본다. 노먼이 파를 잡으면 연장, 버디를 잡으면 우승이다. 결국 노먼은 보기로 무너지며 니클라우스에게 만 46세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이라는 영예를 안겨준다.

아들에게 예언한 65타의 기적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18번홀 그린에서 우승 퍼팅을 마치고 아들과 멋지게 포옹하고 그린을 걸어나올 때가 가장 행복했죠." 니클라우스는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회고한다.

두 번째 경기는 2009년 영국 턴베리에서 펼쳐진 디오픈(브리티시오픈). 마지막 날 환갑을 앞둔 59세 노장 톰 왓슨이 아들뻘인 36세 스튜어트 싱크와 우승 경쟁을 벌일 때다.

1타 차로 선두에 나선 왓슨은 완벽한 티샷으로 공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핀까지 187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을 잡았으나 그린을 살짝 넘겨 러프로 공이 들어갔다.

결국 보기를 범하고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싱크에 밀려 준우승했다. 만약 이 홀에서 파만 잡았더라도 왓슨은 디오픈 6회 우승에 니클라우스를 뛰어넘어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남겼을 것이다.

치열한 승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풀어나가던 왓슨의 그 표정과 몸짓이 지금도 선연하다. 경기 후 언제 그랬느냐 듯 젊은 후배에게 씩 웃으며 우승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날 비록 스튜어트 싱크가 우승했지만 언론의 관심사는 단연 톰 왓슨이었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지성인이며 유머러스했다.

루게릭병으로 친구이자 캐디인 에드워즈의 사망소식을 2004년 마스터스대회 도중 접하고 눈물로 샷을 하며 경기를 마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곧바로 유족을 찾아 100만달러(11억원)의 거액을 전했다.

요즘에는 미컬슨의 모습에 눈이 간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PGA 시니어투어(챔피언스)와 현역 무대를 오가며 젊은 후배들과 겨루고 있다.

2019년 우승에 이어 지난해 2월에도 페블비치에서 열린 PGA투어에서 3위에 올랐다. 특히 작년에 만 50세 이상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시니어 투어에 출전하자마자 2번 모두 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골프 역사상 가장 정확한 볼 스크라이크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PGA투어 통산 44승을 올렸고 아직도 현역에 밀리지 않는다. 전성기의 우즈를 유일하게 견제한 선수도 미컬슨이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평균 비거리가 301야드였는데 키 190㎝로 자기와 비슷한 세계 롱드라이브 챔피언 카일 버크셔를 만나 장타비결을 묻기도 했다.

버크셔는 2019년 406야드를 날린 드라이버 기인이다. 무림 정통파가 비정통파를 찾아 비기를 전수받는 모습이다.

최경주 /사진=KPGA
우리에게도 존경받는 두 명의 노련한 골프 영웅이 아직도 활약 중이다. '탱크' 최경주와 '영원한 현역' 최상호다.

만 51세인 최경주는 지난 17일 하와이에서 끝난 소니오픈에서 71위를 했지만 젊은 선수들과 겨뤄 컷을 통과한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소니오픈 첫날 그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305야드였으며 5번홀에서는 331야드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올해는 용품도 바꿨다. 골프공에 이어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를 모두 스릭슨 제품으로 교체했다.

골프를 향한 그의 탐구열은 그의 자서전에 잘 나와 있다. 걸림돌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성격이라 한때 수술로 키를 키우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코리안 탱크 최경주'에 실렸다.

다리 뼈를 잘라 핀을 박은 후 계속 키를 늘려가는 방식인데 10㎝ 정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년 정도 걸려 경기를 뛸 수 없기에 포기했단다.

최경주는 지난해 챔피언스 투어에 5차례 출전해 찰스 슈와브 시리즈 공동 7위를 비롯해 두 차례 톱 10에 들었다. 챔피언스 투어는 미국에서 현역 무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데 올해 25개 대회에 총 상금만도 611억원이다.

어니 엘스(남아공), 짐 퓨릭(미국), 마이크 위어(캐나다), 애덤 스콧(미국) 등 한때 PGA 무대를 휩쓸던 일류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올해는 스튜어트 애플비(호주), 로버트 앨런비(호주), 파드링그 해링턴(아일랜드) 등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다.

최상호 /사진=매경DB
최상호(66)는 한국 프로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1978년 여주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2005년 매경오픈까지 총 43승으로 KPGA 역대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 중이다.

시니어 무대로 옮긴 후에도 만 50세 이상 부문에서 15승, 만 60세 이상 그랜드시니어 부문 11승을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 총 69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려 70승 고지를 목전에 뒀다.

지금도 시니어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데 2018년 19회 그랜드시니어대회 우승에 이어 지난해에는 시니어 대회에서 두 번 3위를 했다. 최상호 개인적으로는 2005년 매경오픈에서 50세의 나이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2017년에는 제34회 매경오픈에서 60세의 나이로 컷을 통과해 역대 최고령 컷 통과라는 기록도 남겼다. 한국판 톰 왓슨이다.

"모든 기록들이 소중하지만 매경오픈에서 거둔 50세 최고령 우승이 가장 값지죠. 나름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여전하죠. 올해도 도전은 계속될 겁니다."

골프 영웅의 새해 포부는 도전은 계속된다는 한마디였다. 코로나로 일상이 회복되면 아마추어 골퍼들의 멋진 도전도 이어질 것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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