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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새해 첫날 음주사고로 떠난 27살 청춘.."가해자는 기억 안 난대요"

강재연, 안용준, 강승민 입력 2021. 01. 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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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딸이 아니라 친구였어요. 딸이 119에 실려 갔다고 하더라고요. 가족들이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갔죠."

- 피해자 아버지

"동생이 핏기가 하나도 없이 샛노랗게 돼서 누워있는데,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 피해자 언니

2021년 1월 1일, 모두가 희망으로 가득 찬 그날 비극은 예고 없이 닥쳐왔다. 불과 몇 시간 전 새해 소망과 안녕을 기원하며 오붓하게 점심 식사를 한 가족이었다.

"새해 첫날이라 식구들이 다 모여서 늦은 점심을 먹었거든요. 그때 설거지 거리가 너무 많아서 엄마가 힘들겠다고 걱정해 줬는데, 그 모습이 딸의 마지막이었어요."

- 피해자 어머니

막내딸 정 씨는 밤 10시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단지 좌회전을 하려고 1차로에 서있었을 뿐인데, 흰색 SUV는 중앙선을 넘어 정 씨 차량을 정면충돌했다. 손쓸 틈도, 마지막을 직감할 새도 없는 황망한 사고. 새해 첫날 27살 정 씨의 청춘은 그렇게 끝났다.

사고를 낸 건 28살 박 모 씨.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 만취 상태로 택시를 추돌했을 때 멈춰 섰다면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1km 넘게 도망친 박 씨의 한밤중 뺑소니 질주는 정 씨 가족의 인생을 송두리째 박살내고서야 끝이 났다.

그런데, 가해자는 사랑하는 딸이자 동생,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사진설명] 사고 현장에서 포착된 가해자
"딱 그 중간만 기억이 안 난대요. 처음에 택시를 친 것도 기억나고 자기가 구급차로 호송되는 것도 기억이 나는데, (동생 차로 돌진한) 딱 그 중간만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직접 00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요청까지 했으면서, 사망 사고만 기억을 못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 피해자 언니

제작진은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인 가해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박 씨는 끝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피해자 친구 김 모 씨도 있었다. 고인의 차량 뒤에서 함께 신호를 기다리던 김 씨 역시 연쇄 추돌을 당해 부상을 입고, 차량도 폐차했다.

"그날 저희 집에서 그 친구랑 저녁을 먹고, 친구 집에 같이 가던 중이었어요. 제가 피곤하다고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가자고 했는데, 만약 그때 바로 나갔다면 사고를 안 당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 피해자 친구 김 씨

[사진설명] 피해자는 이 달 말을 목표로 개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 때부터 창업을 꿈꿔온 피해자는 불과 20여 일 후 그토록 바라던 매장 개업도 앞두고 있었다.

"딸이 가게 차리겠다고 아르바이트를 참 열심히 했어요. 마음에 드는 곳을 계약해서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이것저것 손님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면서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간 게 가슴에 맺혀요"

"애를 아침마다 보러 가거든요. 네가 거기서 어떻게 좀 해보라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답답하니까…. 그렇게 원망하다가 오고, 그러다가 미안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여기 다 있는데, 지금도 발길이 안 떨어지지 않을까 싶고…."

- 피해자 어머니

유족들은 꿈 많던 청춘을 황망히 보내야 했다며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1월 1일 음주 뺑소니 도주 차량에 사랑하는 동생이 사망했습니다. 음주운전자의 강력한 처벌을 구합니다'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22일 오후 1시 기준, 6만 3천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YTN 유튜브 '제보이거실화냐' 제작진은 새해 첫날, 음주 사고로 원통하게 세상을 떠난 정 씨와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취재했다.

제작, 촬영: 강재연 PD(jaeyeon91@ytnplus.co.kr), 안용준 PD(dragonjun@ytnplus.co.kr)

취재: 강승민 기자(happyjournalist@ytnplus.co.kr), 권민석 기자(jebo24@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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