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검찰 소환조사 불가피"..명예훼손 사건, 수사 쟁점은

이희경 2021. 1. 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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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사장,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건 주목
허위인지 알고 있었는지, 무슨 근거로 말했는지 중요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은 다르게 봐야" 의견도
유 이사장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는 불가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동훈 검사장.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른바 ‘검찰의 (노무현재단)계좌열람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었다’고 사과한 가운데 그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받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유 이사장을 관련 혐의로 고발한 바 있으며, 유 이사장이 계좌열람 주체로 지목했던 한동훈 검사장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사실상 특정된 상황에서 결국 유 이사장이 무슨 근거로 문제의 발언을 했고, 사실관계를 얼마나 확인했는지가 검찰 수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유 이사장과 성명불상(이름을 알 수 없는)의 사정기관 관계자를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은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앞서 유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등을 통해 “어느 경로로 확인했는지 지금으로써는 일부러 밝히지 않겠지만 노무현재단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라디오 방송에서 채널A 사건 연루 의혹을 받던 한 검사장을 지목하며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서 쟁점은 크게 △피해자가 특정되는지 △허위 사실임을 알고 발언을 했는지 △무슨 근거와 확인 과정을 거쳐 발언했는지 여부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
우선 문제의 발언으로 피해자가 특정됐는지 여부다.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 방송에서는 계좌 열람 주체로 단순히 ‘검찰’을 지칭했지만, 라디오방송에서는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를 명시적으로 거론했다.

해당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사실상 피해자가 특정되고 있는 셈이다. 한 변호사는 “그냥 검찰을 얘기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팩트를 얘기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유 이사장은 지난 1년간 저를 특정한 거짓 선동을 반복해 왔고, 저는 이미 큰 피해를 당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검찰이 수사해야 할 부분은 유 이사장이 ‘계좌추적’ 발언을 할 때 허위임을 알고 말을 했는지 여부다. 사과문을 보면, 유 이사장은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사실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허위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보면 유 이사장이 검찰 소환 조사에서 허위인 줄 알고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허위 사실인 줄 몰랐다고 해서 전부 책임을 면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유 이사장이 문제의 계좌추적 발언을 했을 당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나 정황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의 말만 믿고 면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 이사장을 상대로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근거가 무엇이고, 출처는 어디이며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1
만약 별다른 근거나 검증 없이 말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검찰이 유 이사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피의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해당 행위를 저지른 경우)가 있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사적 공간의 발언이라면 그렇게 확인할 의무는 없는데, 라디오 방송에서 얘기할 정도라면 신뢰성 있는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 역시 전날 “유 이사장은 그런 구체적인 거짓말을 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누가 허위정보를 제공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과 같은 공공기관은 항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유 이사장의 명예훼손 사건은 다르게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나 국회의원, 검찰 등 공적 인물이나 단체에 대한 비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도 공인에 대한 발언의 경우 이런 부분을 감안해 유연하게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도 “공공적, 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를 가급적 넓게 보호하여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피해자 특정, 허위 사실인지 인식했는지 여부 등을 검찰이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유 이사장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유 이사장의 고발 사건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관련한 쟁점들이 다 포함돼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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