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의혹, 트럼프는 부활할까

홍성구 뉴스앤포스트 대표기자 2021. 1.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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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퇴임 후 행보 주목, 고별사에서 부정선거 퇴치운동 언급에 힌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1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기 위해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이 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을 내준 트럼프가 이제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있겠냐는 말이 있다. 상·하원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거머쥔 민주당이 트럼프가 두 번 다시는 정계에 나오지 못하도록 무슨 조치든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가 사업가였으니 털면 뭔가 나오게 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구속될 것이고, 정치 인생은 끝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말 트럼프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정리되지 않은 탄핵심판 계엄령과 탄핵은 창과 방패처럼 팽팽한 긴장을 만들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엄령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민주당은 탄핵카드를 내보였다. 탄핵이 하원에서 가결되는 통에 트럼프는 계엄령을 끝내 쓰지 못했다. 계엄령을 발령하면 발끈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세를 모아 탄핵심판을 하려 했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탄핵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기의 기회를 완전히 잃게 된다.

트럼프가 수많은 부정선거의 증거들을 손에 쥐었다고 하면서도 백악관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결국 탄핵카드를 막아낼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러기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완전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탄핵카드는 1월 20일 정오를 넘기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일반 시민이 된 트럼프를 탄핵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트럼프의 정치적 재기를 돕는 꼴이 될 뿐이다. 잘못된 탄핵에 대한 헌법소송은 트럼프가 다시 대권에 도전하게 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백악관을 떠난 트럼프는 그제야 비로소 민주당과 다시 일전을 벌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다.

고별사에서 찾는 힌트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19일 내놓은 고별인사에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겠다는 특별한 언급은 없지만 몇가지 힌트가 담겨 있다. 고별사에서 트럼프는 “새 행정부에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라고 표현하지 않고 ‘새 행정부’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것은 아직도 그가 지난해 11월 3일 대선에서 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취임식도 참석하지 않았다. 바꿔 말하자면 부정선거였다고 여전히 확신한다는 뜻이다. 부정선거로 이긴 상대에게 행운을 빌어준다는 말은 앞으로도 트럼프가 계속해서 바이든을 부정선거 문제로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설 마지막 부분에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우리가 시작한 그 운동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대통령과 국민’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불명확하지만, ‘그 운동’이 불법선거를 바로잡고 선거의 청렴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법을 개혁하자는 운동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아들었을 것이다.

동력은 부정선거 의혹 미국 조지아주 스와니에 거주하는 80대 한인 K씨는 이민생활 40년이 넘도록 공화당에 표를 던졌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바이든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결정을 곧 후회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미국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동영상과 의회에서 한 증언들, 보수 매체들이 전해주는 각종 증언 등 부정선거의 증거를 보며 크든 작든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이 많다. 이들은 선거를 조작하는 배후세력이 있다면, 미국은 제3세계 후진국보다 하나도 더 나을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됐다. 1월 6일 워싱턴에 수십만의 군중들이 몰려들 수 있었던 것은 부정선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부정선거의 배후조직이 전 세계에 걸쳐 방대하다고 믿고 있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부정선거를 밝혀 법정에서 인정받기보다는 선거법을 개정해 차기 대선에 도전할 확률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가 1월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트럼프 대통령 계정 정지 조치를 항의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범국민 운동으로 ‘긴 여정’ 시작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여러 비영리단체를 조직하고 체계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부정선거 증거 수집, 계몽 활동, 소송전 진행, 선거법 개혁을 위한 작업 등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선거는 각 주의 국무부가 관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예상 경합주를 타깃으로 주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전개될 수 있다. 희망의 빛은 텍사스에서 나올 수 있다. 경합주는 아니지만 부정선거 퇴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트럼프에게 든든한 우방으로서, 선거법 개혁을 이끌 모델 주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취약점이 발견된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은 공화당 의원들이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입법 추진이 용이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새 정책이 이 지역의 주요 산업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민심을 자극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게다가 이 주들은 ‘샤이 트럼프’도 많은 곳이 아닌가.

취소문화와의 혈투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취소문화’다. 한국의 왕따문화와 유사한데, 모종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트럼프 지지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검열과 계정 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고,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마이크 린델이 운영하는 마이 필로는 유통업체인 콜스(Kohl’s)와 베드 배스 앤 비욘드(Bed Bath & Beyond)에서 퇴출당해 물건을 팔지 못하게 됐다. CNN은 공개적으로 논객들을 동원해 케이블 회사들이 친트럼프 매체인 Newsman과 OANN 등의 채널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인터넷에서, 방송에서, 사업에서, 전방위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슬리핑 자이언트(Sleeping Giant) 같은 대형 진보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쫓겨난 이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향을 밝혔는데, 보수진영을 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될지 두고 볼 일이다.

트럼프 부활할까 탄핵카드를 피한 트럼프는 지지자를 규합해 범보수 시민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비영리단체를 조직할 것으로 보인다. 부정선거를 최대한 알림으로써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선거법 개혁 노력에 집중할 것이다. 이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최소 6석 이상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뒤집기 위한 노력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게 된다. 상원 역시 한 자리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뒤집으면 된다. 이러한 과정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중심세력으로 확고한 지위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이 여정은 2년이 아니라 4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홍성구 뉴스앤포스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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