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셈법 복잡해진 중국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21. 1.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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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중관계 트럼프 때와는 달라져도 세계패권 경쟁 구도는 필연

2013년 12월 4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단기적으로는 미중관계에 완충기가 올 것이고, 그동안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환상은 갖지 마라.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중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중국의 부상은 필연적이며 따라서 미국과의 경쟁도 필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4년은 중국의 ‘제14차 5개년 규획’ 비전과 겹치게 되는데 이 기간이 향후 미중관계 향방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위안정(袁征) 부소장이 1월 19일 베이징 최대 일간지 신징바오(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이든 시대에 대한 전망이다. 미중관계가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를 걸 필요도 없다는 시니컬한 반응이다. 이 같은 전망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대하는 중국의 기본적인 기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바이든 당선에 대해 보인 입장도 “서로의 의사를 존중해가면서 대화를 통해 협력하고 경쟁하자”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각종 대중국 제재가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오바마 행정부 시절처럼 돌아가리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해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와 ‘중국을 미국의 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간파하고 있다.

중국 언론 바이든과의 인연 조명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8일 즈음 ‘봉황망’ 등의 중국매체들이 일제히 베이징의 ‘바이든 식당’으로 불리는 ‘야오지차오간(姚記炒肝)’을 찾아 바이든 당선자와 중국과의 인연을 회상하면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던 장면이 기억났다. 베이징의 톈안먼 북쪽 오래된 후퉁(胡同) ‘난뤄구샹’에 있는 이 작은 식당은 베이징의 전통음식 차오깐(炒肝)과 짜장면 등을 파는 전형적인 서민식당이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이곳에 와서 짜장면 등을 먹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난 5년은 중국으로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갈등의 수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원의원 시절부터 4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친중(親中)성향 바이든 대통령 당선은 미중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할 법했다. 중국의 그런 기대감이 수많은 중국인이 자발적으로 이 식당을 찾게 했을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2011년 당시 중국을 방문한 바이든 부통령을 맞아 5일간 직접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밀착 접대했다는 인연도 끄집어내면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2012년 후계 승계를 앞두고 미국 방문길에 나선 시 부주석을 맞이한 것은 바이든 부통령이었다. 두 지도자의 오랜 인연은 미중 양국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국가주석이자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등극한 시 주석은 덩샤오핑 이래의 외교기조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폐기하고 G2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은 ‘신형대국관계’를 미국에 요구하고 나섰다. 신형대국관계란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대국’들이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로운 국제질서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의미한다. 초강대국 미국이 이끄는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으로 인정, 양극체제로 바꾸자는 주장인 것이다.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요구에 침묵으로 무시하던 미국의 태도는 시진핑-오바마 간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오바마는 중국 측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G2로 성장한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의 <제14차 5개년 규획> 주목
시 주석은 중국의 대외적 위상 극대화에 성공한 데 이어 국내적으로도 중국공산당 당장(黨章·당헌)을 바꾸면서 ‘시황제’로 불릴 정도로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최고지도자의 위상 강화에 몰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시대의 ‘신형대국관계’를 무시한 채 임기 내내 중국을 몰아붙이면서 ‘광인전략’으로 대중갈등을 지속적으로 조성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시 주석의 호칭을 국가주석이 아닌 ‘(중국공산당) 총서기’라고 부르면서 중국을 자극해왔다.

시 주석의 ‘중국몽’은 궁극적으로는 ‘중화민족의 부흥’과 세계 초강대국으로의 발돋움이다. 이 중국몽 실현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초강대국 미국과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국의 딜레마였다.

우리가 바이든 시대에 대비한 중국의 움직임 중에서 눈여겨볼 것은 ‘14·5규획’이다. 오는 3월 초 열릴 예정인 ‘전국인민대표회의’에 회부해 심의·확정될 <제14차 5개년 규획(2021-2025)>은 시 주석이 ‘13·5규획’을 통해 제시한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건설’에 이은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건설’이라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중국 지인(익명 당부)은 “중국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의 이익과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발전전략에 따라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상생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조를 내세우겠지만 결국 충돌을 불사하고 중국의 길을 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로 이 중국의 ‘14·5규획’과 ‘2035년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첫 5년이 바이든의 4년과 겹치게 되면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14·5규획’의 핵심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정도의 경제와 산업 인프라 구축이기 때문에 바이든 시대 초반에는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맞춤식 ‘도광양회’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를 버리지 않을 것이고, 미국주도의 세계패권도 바꿀 가능성은 없다. 다만 중국은 과거보다 다소 약화된 미국의 국력과 민낯이 드러난 미국식 민주주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때와는 판이한 평화적이고 유화적인 방식으로 동맹과 파트너십을 극대화하고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십년지기’ 미국과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세계패권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구도가 펼쳐지면서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이 보다 확대될 것이다. 문제는 의외로 중국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22년 드러날 수밖에 없는 시 주석의 후계구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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