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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의 슛 & 숏] 넷플릭스가 한국에 스튜디오를 짓는 이유

라제기 입력 2021. 01.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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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의 본산은 원래 뉴욕과 인근 뉴저지주였다.

영화사들은 뉴욕의 정반대쪽 서부, 에디슨의 입김이 미치기 힘든 머나먼 곳 캘리포니아주로 눈을 돌렸다.

1997년 문을 연 이래 한국 영화의 요람 역할을 해온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 스튜디오(1만2,558㎡)보다 넓다.

넷플릭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애틀랜타, 앨버커키,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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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공개된 '스위트홈'. 기존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괴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 넷플릭스 제공

미국 영화의 본산은 원래 뉴욕과 인근 뉴저지주였다. 영화사들은 허드슨 강변에 스튜디오를 지어 영화를 만들었다. 초기 영화 흥행업자들이 미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 경제 중심인 뉴욕에 터를 잡을 만했다.

1912년 대탈출이 시작됐다. 당시 영화 촬영기와 영사기에 대한 특허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에게 있었는데 에디슨의 회사는 뉴욕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사들은 특허 소송을 피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스튜디오를 옮기려 했다. 가까운 플로리다주가 물망에 올랐다. 사시사철 따스한 지역인데다 땅값이 싸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매년 여러 차례 찾아오는 허리케인이 걸림돌이었다. 영화사들은 뉴욕의 정반대쪽 서부, 에디슨의 입김이 미치기 힘든 머나먼 곳 캘리포니아주로 눈을 돌렸다.

의도치 않은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영화사들은 값싼 할리우드 땅에 대형 스튜디오를 지었다. 돈을 적게 들여 생산시설을 확충한 셈이다. ‘꿈의 공장’의 건립이었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표준화와 분업화를 무기 삼아 양질의 영화를 단시간에 쏟아냈다. 미국 영화 황금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스튜디오는 영상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물적 토대다. 영화 강대국마다 유명 스튜디오가 있었다.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1937년 설립한 로마 촬영소 치네치타가 대표적이다. 2차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영화가 전성기를 맞는데 공헌했다. 할리우드 대작 ‘벤허’(1959) 역시 이곳에서 촬영했다.

영상산업 관계자라면 눈이 번쩍 뜨일 소식이 새해 들어 전해졌다. 넷플릭스는 국내 스튜디오 2곳(경기 연천군ㆍ파주시)을 장기 임대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자체적으로 K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조치다. 2곳의 촬영 공간 면적은 1만6,000㎡이다. 1997년 문을 연 이래 한국 영화의 요람 역할을 해온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 스튜디오(1만2,558㎡)보다 넓다. 넷플릭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애틀랜타, 앨버커키,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넷플릭스가 아시아에서 스튜디오를 확보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연천군 YCDSMC 스튜디오 139 전경. 넷플릭스가 장기 임대해 3월부터 사용한다. 넷플릭스 제공

K콘텐츠의 위력은 최근 드라마 ‘스위트홈’이 새삼 보여줬다. 넷플릭스는 지난 20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스위트홈’의 성과(전 세계 2,200만 계정이 시청)를 언급했다. 넷플릭스 유료 계정 수는 850만개가 늘어 2억개를 돌파했는데 ‘스위트홈’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가 시청 수치를 공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10부작 ‘스위트홈’의 제작비는 300억원이다. 국내 방송사는 엄두조차 못 낼 물량 공세다.

최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이 신용ㆍ체크카드로 넷플릭스에 결제한 금액은 5,173억원이었다. 2019년(2,483억원)보다 2배 넘는 수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를 두고 오고 간 농담 섞인 말들이 인상적이다. “넷플릭스 국내 매출이 KBS TV수신료(2019년 기준 6,704억원) 수입과 가깝다니 놀랍다”, “KBS TV수신료가 그렇게나 많다니 그게 더 놀랍다”. 경쟁력 잃은 국내 방송사의 후퇴는 거듭되고 있고 극장은 그로기 상태인데, 넷플릭스의 진격은 거침없다. 올해가 지나면 국내 영상산업 지형도는 얼마나 바뀔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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