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바너3', 넷플릭스는 왜 이 뜨뜻미지근한 예능을 또 만들었나

TV삼분지계 2021. 1. 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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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너!' 시즌3,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거늘.
'범인은 바로 너!' 시즌3, 마지막 시즌까지 애매한 완성도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 코리아가 제작하는 첫 오리지널 한국 예능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앞서 배두나와 이기찬, 윤여정 등이 출연한 드라마 <센스8>이나 서경석과 박경림이 한국판 캐스터로 참여한 <비스트 마스터> 시리즈처럼 한국 연예인들이 참여한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YG가 제작한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유병재: 블랙코미디>를 수급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사례도 있었지만, 기획 단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넷플릭스의 자본으로 제작되어 공개된 한국 프로그램은 명실공히 <범인은 바로 너!>가 최초였다.

유재석과 글로벌 자본 넷플릭스의 만남, 유재석과 장혁재, 조효진 PD의 재회, 한류스타들의 대거 참여라는 각종 화제성을 안고 시작한 이 시리즈는, 놀랍게도 3개 시즌 내내 뜨뜻미지근한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코리아의 콘텐츠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킹덤>을 말하고, <인간실격>과 <스위트홈>을 언급하며 <보건교사 안은영>을 이야기하지만, <범인은 바로 너!>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시즌3까지 이어졌지만 정작 한국에선 좀처럼 논의되지 않는 아이러니는 여전하고, 마지막 시즌이라는데 회수되지 않은 떡밥은 한가득하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범인은 바로 너!>의 마지막 시즌을 어떻게 봤을까? 이승한 평론가는 "멤버 수가 줄어들고 에피소드 수가 8회로 줄어들자 비로소 조금은 추리 예능이라고 우겨볼 만한 완성도에 올라왔다."면서도, "앞의 두 시즌에 비해 완성도가 높다는 게 딱히 칭찬은 아니라"고 말했다. 남지우 평론가의 평은 더 매섭다. 추리의 몰입감도, 예능의 재미도 없다고 말한 남지우 평론가는 "실패한 포맷이 세 번째 시즌을 론칭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장수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나마 우호적인 평가를 내린 정석희 평론가의 평 또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호평이라기보다는 김세정이 보여준 활약상과 성장 과정에 대한 응원에 가깝다.

◆ 앞의 두 시즌보단 낫다. 칭찬은 아니다.

<범인은 바로 너!>시리즈는 놀랄 만큼 화려한 재료들이 가득하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인인 유재석과, 그와 함께 SBS <런닝맨> 시리즈를 일궜던 장혁재, 조효진 PD가 함께 했으며, 박민영, 이승기, 이광수, 세훈, 김세정, 김종민 등 압도적인 멤버 라인업과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정극배우들의 카메오 출연, 프로젝트D를 중심으로 온갖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거대한 세계관, 여기에 글로벌 자본인 넷플릭스의 로고까지 아로새겨진 이 시리즈의 차림은 호화롭다. 문제는 재료들이 다 따로 논다는 거다.

큰 스토리라인을 지닌 추리극과, 멤버 간의 케미스트리를 기반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소소한 퍼즐 풀이의 쾌감을 결합하는 방식은 일찍이 MBC <무한도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나 최근 tvN <대탈출>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작법이다. 그러나 <범인은 바로 너!>는 메인 스토리라인과 퍼즐 풀이 사이의 온도 차이가 너무 극심해서 좀처럼 섞이지 않는다. 메인 스토리라인에선 끊임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고 탐정단을 위협하는 거대 조직이 등장하는데, 근경으로 잡은 퍼즐 풀이로 들어오면 카메라는 끊임없이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누며 그 자리에서 즉물적으로 휘발되는 일회성 웃음을 쌓는 멤버들에게 집중한다. 웃음을 따라가자니 메인 스토리라인이 걸리적거리고, 메인 스토리라인의 비장함을 따라가자니 웃음이 몰입을 방해한다. 쇼의 핵심 요소들이 끊임없이 서로의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다.

시즌3 들어 음주운전으로 인해 안재욱이 하차하며 멤버 수가 줄어들고 에피소드 수가 8회로 줄어들자, <범인은 바로 너!>는 비로소 조금은 추리 예능이라고 우겨볼 만한 완성도에 올라왔다. 문제는 이게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이고, 앞의 두 시즌에 비해 완성도가 높다는 게 딱히 칭찬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에선 혹평에 시달렸으나 동남아시아권을 비롯한 해외 팬덤의 지지로 생명력을 유지한 예능이라. 어디서 본 것 같다. 맞다. 폐지 논의가 나오던 시절의 <런닝맨>이 딱 이랬는데.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실패한 포맷의 믿을 수 없는 장수

2018년 유재석의 넷플릭스 진출은 그보다 5년 전인 2013년, 나영석 PD의 케이블 진출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 MBC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은 지상파의 두 수호자였고, 프로그램의 수호신 격인 두 사람의 일탈은 현상에 금을 내는 도전이었다. 동시대 한국 텔레비전 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인 유재석.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는 유재석이라는 그토록 고전적인 캐릭터가 우리 시대 가장 새로운 플랫폼에 진입하는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4년. <범인은 바로 너!>라는 실패한 포맷이 세 번째 시즌을 론칭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장수하고 있다. 그 동력이 국내가 아닌 해외 팬덤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감지되지만, 이 프로엔 여전히 추리의 몰입감도, 예능의 재미도 없다. 지상파 대상 급 예능인들(유재석, 김종민)과 한류스타들(박민영, 엑소 세훈, 김세정), 그 두 영역을 아우르는 무지막지한 재능의 연예인들(이승기, 이광수)이 운영하는 탐정사무소 안에서 찾을 수 없는 것, 바로 '케미'다.

넷플릭스 코리아의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가 정말이지 꾸준히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된 적이 있던가. 시트콤 <YG전자>는 공개와 동시에 각종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고, <범인은 바로 너!>는 엉성한 만듦새에도 차후 시즌 제작을 몰아붙였다. 스탠드업 코미디 <박나래: 농염주의보>는 보여주었던 혁신성에 비해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물론, 넷플릭스 코리아의 예능 필모그래피는 아직 많지 않다.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의 종영이야말로 넷플릭스 코리아의 예능 포트폴리오를 쇄신하는 길이다.

남지우 jeewoo1119@gmail.com

◆ 김세정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5회, 김세정의 엘리베이터 격투 장면이 화제였다. 2017년 KBS 드라마 <학교 2017>과 2019년 <너의 노래를 들려줘>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걸그룹 이미지가 이어졌던 터라 슬픈 가족사를 지닌 강인한 매력의 '도하나'가 파격 변신으로 다가올 밖에. 하지만 전초전은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흔히 말하는 홍일점 역할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됐었다. 그러나 김세정은 첫 예능 고정인 KBS2 <어서옵SHOW>부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한참 예능 선배인 이서진, 김종국, 노홍철을 압도하지 않았나.

따라서 개인의 의지와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범인은 바로 너!>는 김세정에겐 맞춤 프로그램인 셈. 새로 공개된 <범인은 바로 너!> 시즌3에서도 화투 퍼즐 맞추기에서 결정타를 날리는 등 벌써부터 단짝 박민영과 더불어 중심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번 JTBC <아는 형님>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세정이'가 방송이 만든 '세정이'가 아닌가 싶어 한때 자존감이 떨어졌었다고 하던데 웬걸, 방송이 아닌 한 걸음 한 걸음 스스로 닦아 만든 꽃길임을 또 한 번 입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범인은 바로 너!>의 탐정들, <경이로운 소문>의 국숫집 식구들, 김세정에게 든든한 편이 생겨서 고맙다.

그런가 하면 지난 번 시즌 2에서 여유자적 사라져버린 '꽃의 살인마' 이승기가 기억을 잃었다는 구실을 앞세워 돌아왔다. 2018 <SBS 연예 대상> 대상 수상 후 왕관의 무게를 잘 버티려나, 추이가 궁금했는데 JTBC <싱어게인>에서 보여주는 발군의 진행 능력과 <범인은 바로 너!> 시즌3에서의 탁월한 추리력과 리더십을 보니 걱정 붙들어 놔도 되겠다.

정석희 soyow59@hanmail.net

[사진·영상=넷플릭스.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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