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봄]포르쉐 '타이칸' 타보니.. 스포츠카가 전기차를 만났을 때

류정 기자 입력 2021. 1. 23. 14:00 수정 2021. 1. 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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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포르쉐 최초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 4S 모델을 타봤다. 국내에서 판매중인 유일한 ‘전기 스포츠카'로 포르쉐의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됐다.

외관은 포르쉐 911이나 파나메라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개구리’ 디자인이 타이칸에서는 좀 더 현대적이고 세련돼졌다. 헤드램프가 동그랗지 않고 날렵해진 덕분인 것 같았다. 배정 받은 차는 타이칸의 대표색인 하얀색이었는데, 빨간색이나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 스포츠카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에 앉아 파워 버튼을 찾았지만 잘 안보였다. 별 생각 없이 오른쪽 대시보드에 달린 기어 노브를 P(파킹)에서 D(드라이빙)로 바꾸자 차가 곧바로 전진모드가 됐다. 파워 버튼은 나중에 운전대 왼쪽 아래에서 찾았지만, 전기차의 특성상 엔진을 점화하는 절차 없이도 차가 움직인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로웠다.

포르쉐가 지난해 출시한 최초의 전기차 타이칸.

내부는 전기차답게 간결하면서 ‘디지털’이 극대화된 모습이었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펼쳐진 디스플레이의 까만 바탕 위에 나타난 인포테인먼트 구성은 매우 단순하고 간결했다. 그런데 버튼을 누르면 누를수록 다양하게 숨겨진 기능들이 끝없이 나타났다. 굴곡진 메인 디스플레이에는 일반 계기판 모양의 주행 정보가 떴는데, 버튼을 조작하니 계기판 자리에 주행 정보를 지우고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펼칠 수 있는 기능이 나타났다. 내비게이션 기능 자체는 대다수 수입차들이 그러하듯 시인성이나 직관성은 떨어졌다. 그러나 실용성과는 별개로, 디스플레이 자체가 매우 아름다웠다. 포르쉐가 최초의 전기차를 위해 ‘미래 지향적’ 감성을 담으려한 노력이 엿보였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해보였고 열리지 않는 통유리로 장착된 지붕은 개방감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포르쉐 타이칸 실내.

스포츠카가 전기차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윙 하고 들렸지만, 전기차답게 매우 조용했다. 웅장한 배기음을 원한다면 인공 사운드 기능을 옵션으로 추가해야 한다. E 스포츠 사운드 기능을 활성화하니 스포츠카다운 배기음이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신나게 작동했다. 도심 주행에선 스포츠카라기보다 대형 세단처럼 편안하고 안락했다.

순간적으로 가속을 하거나 고속으로 달릴 때는 영락 없이 포르쉐의 본능이 살아났다. 제로백(시속 0에서 100km까지 걸리는 시간) 4초답게 밟는 순간 가볍게 가속이 붙었다. 타이칸 4S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모터는 최대 571마력이다. 힘이 넘치면서도 승차감은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덕분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뗄 때 전기차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울컹거림도 크지 않았다. 코너를 돌때의 안정감은 다른 경쟁 전기차들이 따라가기 힘들어 보였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완충시 주행거리는 289km다(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옵션 선택시). 하지만 이 주행거리는 스포츠카 성능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의 주행거리다. 차를 받았을 때 15% 정도 방전돼 있었는데, 노멀 모드에서 주행거리는 323km로 표기돼 있었다. 전기 절약 모드인 ‘레인지’ 모드로 바꾸니 주행거리가 약 20km 늘었다. 평소 레인지 모드로 주행한다면 도심에서도 350km 이상은 거뜬히 달릴 수 있어보였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중에는 회생 제동을 통해 남는 에너지를 전기로 충전하는 기능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포르쉐 타이칸

타이칸은 800V 전압 시스템을 탑재한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5분만에 100km 주행 가능한 수준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지난 2019년 이탈리아의 한 트랙에서 섭씨 42도까지 올라간 찌는 듯한 더위에서 24시간 동안 3425km를 주행하는 내구테스트를 마쳤다. 잠깐씩의 짧은 충전과 드라이버 교체 외에는 쉬지 않고 달렸다고 한다.

생각보다 차체가 크다는 점은 알아둬야할 것 같다. 전고가 낮고 뒷모습이 쿠페형으로 떨어지는 덕분에 스포츠카의 날렵함은 살아있었지만, 전폭이 2m에 가까운 꽤 큰 차였다. 좁은 주차장 통로를 다닐 때는 상당히 신경이 많이 쓰였다. 구체적인 전폭 수치는 1965mm로 제네시스 G80(1925mm)보다 크고, GV80(1975mm)과 비슷했다. 시작 가격은 1억 4560만원으로 이것저것 옵션을 붙이면 1억7000만원 수준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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