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정용인 기자 입력 2021. 1. 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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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튜브 캡처

[언더그라운드.넷] “미국 현지시간 2021년 1월 20일 수요일 아침 8시 전국 텔레비전 비상방송 예정. 시청하던 모든 텔레비전 방송이 중단되고 비상방송이 나가게 될 겁니다.” 1월 19일, 한 단톡방에 올라온 글이다. 1월 20일은 미국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의 취임식이 열리는 날이다. 글에서는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을 기준으로 보면 오전 8시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10시다. 당연히 방송중단 같은 것은 없었다. 비록 코로나19 국면이어서 군중이 운집하진 않았지만, 취임식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저 “방송중단 후 바이든 취임식은 열리지 않을 것”이 한 개인의 망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집단 공유되는 망상이었다는 점이다. 21만명 구독자를 확보한 <박상후의 문명개화>라는 유튜브 채널이 1월 18일 내놓은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사실상의 전시 대통령이며, 미국 전역에서 인터넷, 방송 통신이 차단되고 있다”며 “트럼프 진영은 비상방송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채널이 내놓은 ‘주장’에 따르면 바이든 측이 매수한 국내외 좌파언론이 감춘 ‘진실’은 스펙터클하다.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돼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됐고, 민주당에 협조한 공화당 의원의 3분의 1도 체포돼 반역죄로 수감됐다는 것이다. 사태가 벌어진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혹한기 훈련을 빌미로 캐나다에 머무르던 중국군을 비롯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국경지대에 25만명의 ‘중공군’이 대기하고 있다가 취임식 당일 국경을 밀고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미국 민주당 반역세력’들이 체포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한편 캐나다 쪽에서는 5만명의 중국인민해방군이 국경을 넘어서다가 트럼프 우주방위군이 쏜 빔 무기를 맞고 5만명이 즉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 주둔을 허용했던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체포됐고, 이밖에도 메르켈 독일총리도 체포되는 등 전 세계적 격변이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캐나다 중국인민해방군 이야기는 어떻게 나왔을까. 실제 캐나다에서 중국군이 참여한 혹한기 훈련 이야기는 있었던 모양이다. 뉴스를 검색하면 캐나다의 보수파 정당이 이 사안을 두고 트뤼도 총리를 공격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그 보도도 지난해 12월 중순에 집중돼 있다. 트럼프의 우주방위군 빔무기로 5만명 사살과 같은 이야기는 사실을 가공한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의 망상으로 보인다.

“지금은 역사가 바뀌는 중입니다. (중략) 그리고 이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큐를 포함한 그의 팀과 함께 지난 수년 동안 기획된 것입니다. 훗날 이 상황은 수백권의 책과 수십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한 한국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주장이다. 책이나 영화화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인지부조화 음모론에 따른 집단적 망상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나를 보여주는 대표적 실례로 기록될 것이란 사실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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