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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와 대게가 유혹한다 영덕갈까 울진갈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입력 2021. 01. 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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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오동통···‘겨울의 맛‘ 드이소! / 붉은대게 맛에 반하고 울진 관동팔경에 취하고 / 블루로드 따라 걸으며 영덕 대게 즐겨볼까

울진 후포항 등기산 스카이워크
시퍼런 파도만 밀려왔다 사라지는 겨울바다. 귀불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에 스산한 느낌이 더하지만 결코 쓸쓸하지만은 않다. 식객들의 입이 호강하는 별미가 겨울 포구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게는 요즘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제 맛을 내기 시작한다. 날이 추워질수록 맛있어지는 해산물이 넘치는 그곳, 겨울바다로 가자.
울진 대게와 붉은대게
#붉은대게 맛에 반하고 울진 관동팔경에 취하고

대게는 식객을 유혹하는 겨울 별미다.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는데,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살짝 당기면 하얀 속살이 쏙 빠져나온다. 덩치가 커서 대게가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다리 8개의 마디가 대나무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꽉 차 맛과 향이 뛰어나다. 찬바람이 불면서 속이 차기 시작하는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이지만 속이 꽉 차 오르는 2월쯤이 가장 맛있다. 경북 영덕과 울진은 이런 대게의 본고장으로 서로 ‘원조’를 다툰다. 먼저 울진으로 떠난다.

울진 후포항
울진 붉은대게
울진은 우리나라 대게 생산량 전국 1위여서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옛 문헌에도 등장하는데,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는 고려 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가 울진에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가 울진 대게의 고향이다.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수중 암초지대로 너비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 보고다.
울진 대게 껍질에 비벼먹는 밥
울진에서는 붉은대게도 맛볼 수 있다. 보통 홍게로 알려진 대게의 이웃사촌이다.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강하고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어서 쉽게 구분된다. 심해에서 잡히는 붉은대게는 껍질이 단단하고 짠맛이 강해 대게보다 값이 싼 편이다.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이듬해 봄까지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로 식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게는 달달한 감칠맛이 뛰어나고 영양이 풍부하며 붉은대게는 쫄깃쫄깃하고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매년 2월 말이면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대게축제가 열렸지만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소됐고 올해도 축제가 열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진 후포항 바다
울진 후포항 해안도로
울진의 겨울바다를 제대로 즐기려면 해안도로 드라이빙이 필수다. 102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쪽빛 바다 풍광을 즐기는 매력적인 해안도로가 길게 이어진다. 북쪽 울진 망양정에서 남쪽 후포항까지 바다풍경이 장관인데 특히 망양정∼덕신리 구간은 ‘쪽빛바닷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울진의 전형적인 어촌마을을 가로지르는 해안도로여서 작은 등대와 바닷가에서 오징어 말리는 풍경이 겨울 낭만을 선사한다. 울진 여행에서 후포항 등기산 스카이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등기산 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면 갓바위 공원에서부터 바다 위로 높이 20m, 길이 135m의 스카이워크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이곳에 서면 후포항의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기억에 가득 담을 수 있다.
월송정
망양정
관동팔경인 망양정과 월송정에도 올라보자. 망양해수욕장 남쪽 바닷가 언덕에 서 있는 망양정은 고풍스러운 정자의 기둥 사이로 펼쳐지는 동해의 쪽빛바다가 운치를 더한다. 월송정은 고려시대에 처음 지어진 누각으로, 은빛 모래가 깔린 모래밭과 1만여 그루의 소나무, 바다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울진여행의 낭만을 완성한다. 월송정은 “비가 갠 후 떠오른 맑은 달빛이 소나무 그늘에 비칠 때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보여준다”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 조선시대 성종이 화가에게 조선 팔도의 정자 중 가장 경치 좋은 곳들을 그려서 올리라고 지시했는데 월송정 경치를 으뜸으로 꼽았단다. 숙종과 정조도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시를 지어 찬양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영덕 블루로드 석리~경정3리 구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영덕 해맞이공원 창포말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블루로드 따라 걸으며 영덕 대게 즐겨볼까

쪽빛 바다와 나란히 걷는 명품 트레킹 코스, 영덕 블루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영덕대게를 즐기게 된다. 블루로드는 동해바다의 희망찬 기운을 가슴에 가득 담을 수 있기에 새해에 걷기 딱 좋다. 강원 고성에서 부산까지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길 688km를 ‘해파랑길’이라 부르는데 이 중 영덕 구간이 블루로드다. 총 길이는 64.6km로 북쪽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축산항과 강구항을 거쳐 남쪽 대게누리공원까지 이어지는데, 산길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다.

영덕 대게원조마을 조형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영덕 블루로드 풍력발전단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블루로드 4개 코스 중 A코스(빛과 바람의 길)는 강구터미널∼강구항∼고불봉∼풍력발전단지∼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17.5km 구간으로 대부분 산길이다. 강구항이 바로 영덕 대게 집산지로 이맘때면 대게를 실어 나르는 배들로 북적인다. 당일 경매를 거친 대게는 물론,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이 거래되며 아이스박스에 생물이나 현지에서 쪄주는 대게를 담아 가져갈 수 있다. A코스에서 인기 높은 곳은 풍력발전단지. 동해의 거친 바람이 풍력발전기 24기의 거대한 날개를 힘차게 돌리는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B코스는 블루로드에서 가장 풍광이 뛰어난 ‘푸른대게의 길’로 15km 구간을 바다를 따라 걷는다. 해맞이공원∼석리마을∼대게원조마을∼블루로드다리∼죽도산전망대∼축산항으로 이어지며 해맞이공원은 영덕의 일출명소로 새해에 좋은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다. 대게 집게발 모양으로 만든 창포말등대도 포토 명소다.

울진=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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