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채팅봇'으로 받은 수상한 공문, 20대도 속았다

김나현 기자 2021. 1. 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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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검찰청 '채팅봇'으로 위장해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이 등장했다. 범죄자들은 실제 검사 이름까지 도용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보이스피싱에 상대적으로 잘 속지 않는 20대마저 피해자가 될 뻔 했다. 다음은 20대 대학생 피해자 김모씨(24)가 겪은 일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이름·주소·주민번호 줄줄…채팅봇 위장까지
지난달 17일 오후 4시쯤 대학생 김모씨(24)에게 한 개인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인천지방검찰청의 김모 검사(이하 A)라고 소개했다. 그는 "김00씨 맞으시죠? 00도 00시 00동 000아파트 0호 거주하시고요. 00년 00월생 00일 출생 맞으시죠"라며 개인정보를 읊었다.

A는 김씨가 계좌 도용에 휘말렸다고 했다. 범죄 사실 조사를 위해 출석 수사와 전화 수사 중 한가지를 고르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전, 오후 수사팀이 따로 있다며 올거면 오전에 오라고 압박했다. 오전에 시간 내기도 어려운데다가 인천이 멀기도 해 김씨는 전화 수사를 택했다.

전화 수사가 확정되자 A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인천지검 카카오톡 프로필을 추가하라고 했다. 자신이 읊어주는 사건번호를 해당 프로필로 보내면 채팅봇이 수사 관련 공문을 자동발송하기에 읽어보라는 취지에서다.

(왼쪽) 김모씨가 가짜 ‘인천지방검찰청’ 과 대화 나눈 내용. ‘인천지방검찰청’ 카카오톡 계정은 없다. (오른쪽) 김모씨가 사기꾼에게 받은 공문 사진 캡처.


실제로 해당 카카오톡 계정은 인천지검 공식 채팅봇처럼 보였다. 인천지검 전경을 사진 프로필로, '인천지방검찰청'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에 혹한 김씨가 사건번호를 보내니 공문파일이 즉각 날아왔다. 공문에는 김씨가 받은 혐의, 사건과 경위 등이 세세히 적혔다.

A는 전화로 "출석하면 직접 읽고 서명을 할 수 있지만 통화상으로 수사하려면 녹음이 필요하니 공문을 모두 육성으로 읽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률용어가 어려워 읽는데만 무려 5분이 걸렸다.

김씨가 공문을 다 읽자 A는 본인이 진짜 검사라는 것을 확인해준다고 했다. 법률포털에 접속해 자신을 검색하면 나온다고 했다. 다급한 김씨에게 검찰 사칭을 주의하는 빨간 경고문 한 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금감원에 돈 내면 무죄?
A는 이후 김씨가 무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에 '협력상품'을 운영하는데, 이를 120만원을 구매하면 무죄가 입증된다는 것이다. A는 구매 후 금감원을 통해 김씨가 보낸 돈이 확인되면 환불해준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런 금전 요구에 이상함을 느낀 김씨는 A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인터넷에 해당 협력상품, 검사, 보이스피싱을 검색했다. 침묵이 길어지자 A는 초조해 했다. 그는 녹음이 되고 있기 때문에 1분 이상 침묵하면 안된다는 이상한 이유를 대며 재촉했다.

김씨가 고민 끝에 "그냥 출석할게요" 라고 말하는 순간 전화가 뚝 끊겼다. 실수로 통화를 종료했다고 생각해 1분간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전화를 기다리다 김씨는 비로소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김모씨가 실제로 한 법조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찾은 A 검사. 아래 보이스피싱을 경고하는 문구가 나와있다.
카카오톡 공문 발송, 금감원 '협력상품'… 법조계 "처음 듣는 얘기"
법조계는 검찰이 카카오톡으로 공문을 발송하는 일이 절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청 근무 경력이 있는 경기남부법률사무소 김정훈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변호사 이주성 법률사무소 이주성 변호사도 "우편으로 송달을 하지 공문을 사진찍어 보내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도 "수사단계에서 사건파일은 밀행성이 원칙이기 때문에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피의자를 전화로 수사하는 경우도 없다. 대면조사를 하고 서명 날인을 해야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진짜 검사라면 언제 출석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며 "혹여나 전화가 온다면 어디 검찰청 몇호실로 출석해야 하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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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기자 itsmena@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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