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미국, 해결해야 할 다섯가지 과제

유승권 미국 미주리대 한국학연구소장 2021. 1. 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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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익 우선주의, 백신 정치, 사회 통합, 의회 민주주의 복원 등 난제 많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월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극장에서 ‘미국 구조 계획’이라 이름 붙인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46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순조로운 정권 이양 절차는 밟지 못했다.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 법정 소송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 역사 초유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을 목도했다. 미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은 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

트럼피즘 망령 언제든 부활 가능
바이든 행정부는 첫 번째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로 대표되는 미국 국익 우선주의를 어떻게 포용하고 정책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놓여 있다. 지난 4년 동안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라는 인물을 통해 왜곡 반영됐다. 비록 그 결말이 초라해지고 우스워졌지만 지난 대선에서 7500만명이 여전히 트럼프에 지지를 표했다. 미국 우선주의의 동력이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모순과 문제점에 기인한다는 의미다. 미국인 가구는 2000년 이후 절대적 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빈부격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45~1963년생)는 안정적인 직장생활과 연금 등으로 편안한 노후생활을 즐기고 있는 반면 그들의 자녀나 손주인 20~30대는 제조업 기반 붕괴와 자동화로 인한 불완전한 고용, 질 높은 일자리의 부족, 공교육의 질 저하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으로 경제적 불안정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낙후된 도로, 교량, 지하철, 공항 등 사회 인프라 시설은 미국을 최고 선진국으로 믿었던 미국인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트럼프는 이러한 이들의 경제적 불안과 불만을 중국이라는 신흥 강대국과 미국 내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이민자에게 적대적 화살을 돌림으로써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이제 트럼프는 권좌에서는 물러났지만, 트럼프 지지 근간이 됐던 미국 우선주의(MAGA)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계속 바이든 정부를 공격할 것이다. 트럼피즘의 망령은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방 정부 조달에서 미국산 제품 비중을 높이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행정명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일정 부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두 번째 문제는 백신정치의 성공 여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안인 4월 말까지 미국인구의 3분의 1인 1억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고, 모든 학교가 4월 30일까지 대면수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정치가 약속대로 지켜진다면 국민의 지지는 상승할 것이다. 다만 현재 백신 공급과 접종에 있어서 여러 행정의 효율성 문제가 노출되는 것을 볼 때, 취임 후 100일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인과 가계에 추가적인 1조9000억달러의 경제적 지원(경기 부양 자금, 학자금 융자 탕감)을 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경제가 회복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은 오를 것이다.

세번째 문제는 사회통합의 여부다. 정치의 양극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로 대표되는 인종갈등의 심화는 지난 4년 트럼프 정부가 남긴 폐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를 임명하고, 내각을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내각 구성이나 정책 방향 전환만으로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은 변화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기대만큼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인종갈등은 미국의 근본적인 모순이며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찰개혁 등 사회통합을 위한 여러 정책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극렬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집권 4년 내내 바이든 정부를 향해 크고 작은 테러와 위협을 가할 것이다. 이들을 최대한 소수화하고, 분리해내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네번째는 의회 민주주의의 복원이다. 지난 4년간 미국 정치는 트위터 정치, 거리의 정치로 비이성과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이제 토론과 질서의 정치로 의회 민주주의 작동이 온전해질 것을 기대한다.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을 장악해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다만 상원과 하원에서 근소한 의석수로 앞서고 있기에 공화당 내에 온건주의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위상회복도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위상회복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 등 동맹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일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등 에너지 정책 등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며,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대중·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외교적인 수단을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예측 불가한 일들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급격한 관계 개선이나 해법 또한 쉽게 도출되지도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정치와 사회가 바이든의 당선으로 더 이상의 파국을 모면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4년 동안 헤쳐나갈 험로와 역경도 만만치 않다. 뿌리 깊은 정치·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모순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1년간 의회와의 허니문과 상·하원 장악이라는 우호적인 환경 속에 백신정국을 헤쳐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미국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미국 민주주의 복원과 사회적 통합의 전기를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

유승권 미국 미주리대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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