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화 끊긴줄 알고 다른사람 험담, 명예훼손 아니야"

표태준 기자 2021. 1. 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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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전경.

친구에게 제3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전파해도, 해당 내용이 퍼질 가능성이 없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박씨를 유죄 판단한 원심을 깨고 이를 청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4년 박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A씨에 대해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이 하나가 장애인”이라고 친구 여씨에게 말했다. 또 그는 A씨의 신랑에 대해서 “신랑이 A에게 돈을 갖다주기 위해 가불을 요구한다”는 식의 말도 했다. A씨는 자신의 아들이 장애인이 아니고, 신랑이 임금을 가불해 자신에게 가져다준 것도 아니라며 박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대법원은 불특정 다수가 허위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공연성’과 허위사실의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씨가 사건 당시 함께 있던 친구 여모씨에게만 허위사실을 말했고, 여씨가 이를 전파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사무실에서 해당 발언을 할 때 여씨만 있었는데,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라며 “피고인이 여씨 앞에서 한 발언 경위와 내용 등을 보면 해당 발언이 불특정 다수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박씨와 여씨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은 박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이지만, 박씨의 발언이 고의가 아니었고 전파 가능성과 공연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박씨의 벌금형을 파기하고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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