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체면이..올해도 김치 무역적자

전재욱 입력 2021. 1. 24. 11:01 수정 2021. 1. 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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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김치 무역 791만달러 적자..11년째 적자 계속
배추값 상승, 배달 증가로 수입량 증가..전량 중국산
무역적자 감소, 반갑지만 대비해야 하는 이유는
김치시장 '한국→세계' 전환..中'김치 망언' 배경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국 김치 무역이 작년까지 11년째 적자를 이어간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흑자 전환 기대는 값싼 중국산 김치의 물량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물거품이 됐다. 중국 `김치 망언` 과정에서 거둔 성적이라서, 종주국 한국의 처지가 궁색하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홍수와 배달이 끌어올린 김치수입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무역수지는 791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김치 무역은 2010년부터 11년 연속 무역 적자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 누적한 적자 금액은 2억 7686만 달러(21일 환율 기준 약 3045억원)다.

지난해 김치 무역은 11년 만에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8월까지 누적으로 수출이 수입을 앞선 흑자를 내 기대가 현실이 되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코로나 19로 중국 현지 김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급이 전보다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김치 무역은 9월부터 수입이 수출을 넘으면서 적자로 전환하고 12월 결산에서도 이 흐름은 뒤집히지 않았다. 국산 김치 재료 값이 급등하면서 수입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월간 월동 배추(10kg) 가격은 평균 9925원을 기록해 2019년(3975원)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지난해 고춧가루 수입량(1845t)이 전년(1128t)보다 63%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례없이 긴 홍수로 농작물이 수해를 입은 게 원인이었다.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도 김치 수입을 견인했다.

수입김치 99%는 중국산

중국산 김치가 수입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 아픈 대목이다. 작년 김치 수입량 99%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김치 의존도도 상당하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김치시장 규모(가정+상품) 추정치는 189만 2000t이고, 그해 중국이 한국으로 수출한 김치양은 29만t이다. 전체 김치시장에서 중국 김치 비중이 15.3%를 차지한다.

상품 김치만 두고 보면 중국산 비중은 더 커지고,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치 시장이 `가정`에서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품과학회에서 발간하는 ‘식품과학과 산업’(작년 6월호)에 실린 `김치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 보고서를 보면, 외식·급식업체 약 70%는 수입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게 다 중국산이다. 중국산 김치가 한국 상품 김치 시장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안팎 우려다.

근거 없는 `김치 원조` 주장이 나온 가운데 중국에 김치 무역 적자를 유지하는 것은, 종주국 한국에 부담일 수 있다. 다행히 김치 무역은 2017년부터 적자 폭이 줄어서 고무적이다. 작년에는 수입이 줄고 수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는 김치 무역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 대상과 CJ제일제당 등 김치 제조 대기업의 수출 실적이 매년 크게 개선하고 있는 것도 전망을 밝힌다.

이달 초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김치 모습.(사진=연합뉴스)

수입 감소 말고 수출 증가 주력해야

다만 무역 흑자가 수입량 감소로 이뤄지는 것은 경계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중국산 김치가 한국이 아닌 세계로 수출을 늘린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김치 공정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작년 하반기 중국 정부가 `쓰촨 김치`가 국제표준화기구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이달 자신의 트위터에 김치 담그는 사진을 올린 것도 이런 전망에 따른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 김치가 한창 세계로 수출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우리가 김치 시장을 내수에서 해외로 돌렸듯, 중국도 김치 시장을 한국에서 세계로 돌리는 흐름이다. 이미 수출량에서 한국은 중국에 크게 달린다. 중국이 한국으로만 수출한 김치양은 작년에 28만1186t이다. 한국이 전 세계로 수출한 양(3만9748t)보다 7배 많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한국이 중국에 김치 적자를 매년 쌓는 것보다, 중국산 김치 수입이 감소하는 게 악재일 수 있다. 우리의 김치무역을 흑자로 돌리는 과정이 `중국산 수입 감소`보다 `세계 수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는 조언이 붙는다.

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미래전략실장은 “중국 김치는 값싼 가격을 원하는 시장의 수요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위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글로벌 김치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한국이 우위를 가지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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