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간격 띄우면 감염병 예방?..의료계 "탁상 행정" 반발

2021. 1. 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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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병상 수를 줄여 간격을 띄우고, 방마다 화장실을 설치해라…". 보건복지부가 정신병동 내 감염병 예방을 막겠다며 내놓은 시행규칙 개정안입니다. 얼핏 보면 입원 환경이 더 나아지면 좋은 것 아닌가 싶은데, 정작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정신병원 안 폐쇄병동입니다.

병실에는 10개의 침대가 늘어서 있습니다.

「내년 말까지는 침상 4개를 빼고 침상 간 거리를 1.5m로 벌려야 합니다.

정신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잇따르자」 보건복지부가 환자 간 감염을 막겠다며 기준을 강화한 탓입니다.

「입원 환경은 개선되는 셈인데, 문제는 동시에 병상 수가 40%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 정신질환 치료 프로그램을 고려할 때 감염 예방 효과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일반병원 기준인 1m 보다 넓은 간격이라는 겁니다.

▶ 인터뷰 : ○○정신병원 전문의 - "환자들의 활발한 소통과 활동, 교류 권장하기 때문에 이방저방 다니면서 어울리는 게 권장되거든요. 병상 간격을 늘리는 것이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전혀 효과가 없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지금은 이렇게 병실 밖에 설치된 공용화장실과 달리, 병실마다 내부에 설치해야 하는 화장실도 문제로 꼽힙니다."

공용 화장실에서 감염이 이뤄진다는 지적 때문에 나온 대책인데, CCTV 설치가 어려운 병실 내 화장실은 정신질환자에게는 더 위험합니다.

▶ 인터뷰 : 정재훈 / 정신과 전문의 - "(화장실은) 인권위원회에서도 CCTV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자해나 타해 발생 위험이 가장 큰 곳입니다. 증상으로 인해서 스스로도 충동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실제 지난 4년 동안 의료기관 내 환자의 자살·자해 보고 사례 225건 중 80건이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예방에만 골몰한 나머지 정신 질환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MBN뉴스 심가현입니다. [gohyun@mbn.co.kr]

영상취재 : 이은준 VJ 영상편집 :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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