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변청운 코치와 소정-하정 자매를 만나다

강현지 2021. 1. 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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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현역 시절 코트, 또 코치석에서 보였던 투지 넘치는 카리스마? 딸들 앞에서는 온데간데없다. 딸들을 바라보는 변청운 코치의 눈에는 하트가 뿅뿅♥.♥ 덕분에 딸들도 아빠와는 ‘친구 같다’고 말한다. 농구선수였던 아빠의 피를 이어받아 소정, 하정 자매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프로 무대를 바라보며 끌어주고, 밀어주는 자매의 모습에 아빠는 딸들이 말하는 건 뭐든 OK 사인을 보낸다. 아빠의 든든한 지원 속에 농구 자매가 쑥쑥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 본 기사는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선수 변청운에서 코치 직함을 달기까지
변청운 전 배재고 코치는 국내신인선수 선발이 드래프트 제도로 처음 변경됐던 1998년 1라운드 4순위로 광주 나산 플라망스에 입단했다. 대경상고 시절부터 센터로 활약했던 그는 비교적 작은 신장(191cm)인데도 4,5번을 소화하며 3점슛까지 무기로 장착했다. 프로 데뷔 후에는 2년차에 주전급으로 자리 잡아 2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평균 7득점을 기록했다. 상무를 다녀온 뒤 변 코치는 부산 KTF와 전주 KCC, 원주 DB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09-2010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선수로서 딱 10년을 채웠을 때다. 이후 변청운은 모교인 대경중 코치를 맡아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 2015년부터는 배재고로 옮겨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 잠시 쉼표를 찍고 있다. 코치로서도 딱 10년을 채웠다.

쉼 없이 달려온 상황에서 잠시 휴식이 주어졌고, 지금은 두 딸의 아빠로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프로무대에 막 발을 디딘 김훈(DB), 김경원(KGC인삼공사)이 그의 제자들이다. “선수 시절 막판에 부상을 당했었는데, 은사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코치를 할 생각이 없냐고. 은퇴할 때가 왔구나 싶었고, 당시 훈련을 못 따라갔죠.” 은퇴를 결심하고 코치로 전직했던 그 시절을 되돌아본 변청운 코치는 김승관 전 휘문고 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장을 가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김승관 코치에게 많이 배웠어요. 눈높이를 맞춰야 했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려면 눈높이 설명이 중요했죠. 저도 공부도 많이 하고, 재밌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변청운 코치는 “운이 좋았죠. 행복했던 시기였고, 10년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지만,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죠. 지금은 제가 돌아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인 것 같아요. 조금은 강한 성격이었거든요. 제 색깔도 강했고. 칭찬에 조금 인색했던 것 같아요. 가르쳐주고, 바꾸는 것만 생각했다 보니(웃음). ‘표현을 했다면 좀 더 분위기를 밝게 가져갈 수 있었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 후회도 하고요”라고 10년 코치생활을 되돌아봤다.

친구 같은 아빠
두 딸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만큼 지도자가 아닌 아빠 모드로 바뀌었다. 변 코치가 숨겨뒀던 쏘-스윗한 모습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내 최은주 씨는 “딸들에게 정말 다정한 아빠, 남편으로서는 듬직한 사람이죠. 딸들에게는 뭐든 오케이죠”라고 덧붙였다. 두 딸이 농구를 시작한 건 아빠의 권유가 아니라 지인의 추천을 받고 나서다. 김승관 코치의 아내가 큰 딸 소정이의 가능성을 알아봤기 때문.

변 코치는 “딸이라 운동을 시키지 않겠다고 했어요. 저도 운동을 해봤잖아요. 그러다 김승관 코치의 아내가 운동을 시켜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가서 놀아봐’라고 하며 보냈는데, 적응을 잘하더라고요. 지금 돌아보면 농구 시킨 걸 후회는 하지 않아요. 스스로가 재밌게 생각하니 감사하죠”라며 딸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소정이가 농구를 시작한 건 홍농초. 바로 전라남도 영광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차를 타고 3~4시간을 이동해야 했던 터라 결국 숙소 생활을 해야 했다. 가족은 주말에만 상봉하는 처지가 됐다. 소정이는 “처음에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캐고, 언니들과 너무 즐겁게 보냈어요. 1년 정도 농구를 하다가 화서초로 전학을 왔죠. 처음에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엄청 울었는데, 또 언니들이랑 놀면 그 생각은 금방 잊혀지더라고요”라고 농구를 시작했던 때를 돌아보며 웃었다.

둘째 하정이는 언니를 따라 농구를 시작했다. 하정이는 “저는 언니가 화서초등학교에 다닐 때 농구를 시작했어요. 4학년 때 시작을 했는데, 한 해 동안은 저도 언니들이랑 놀면서 재밌게 했었던 것 같아요. 이후로는 수정초로 옮겨 아마 그때부터 제대로 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라고 거들었다. 변 코치는 “소정이는 자존심이 세요. 책임감이 강한데, 뭔가 하나가 있으면 끝까지 하려는 스타일이죠. 과제가 있다면 끝까지 하는 스타일이고. 반면 하정이는 정말 멘탈이 강해요. 시크 하다고 할 수 있는데, 본인만의 색깔이 강해요”라고 거들며 잘 자란 딸들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농구 가족 인터뷰의 공식 질문(?). 두 딸의 경기가 동시에 열린다면 아빠는 누구의 경기를 보러 갈까. 잠시 고민하던 변 코치는 “저는 첫 딸, 아내는 둘째 딸 경기를 보러 가요. 어느 순간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저는 첫 째를 챙기고, 엄마는 내리 사랑이다 보니 하정이 경기를 보러 가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친구 같은 하정이와 소정이
어머니 최은주 씨는 인터뷰를 하던 중 두 딸이 한 번도 싸우는 걸 못봤다고 말했다. 언니는 동생이라 봐주고, 동생은 언니를 워낙 따르다 보니 다툼이 없다고 한다. 지켜보던 엄마는 하정이에게 언니에게 한 번 대들어보라(?)라며 판을 깔아줬다. 언니가 뭐라고 할 때면 반격해보라고 한 것. 이 싸움의 결과는? 소정이가 소심하게 ‘내가 가만히 있으니깐 가마니로 보이냐’라고 획 돌아서고, 소심한 반격으로 끝이 났단다. 소정이가 “넌 나랑 친구 아니냐”라고 웃어 보이자 하정이는 “정말 친구 같아요. 저랑 정신연령도 비슷하다니까요(웃음). 저도 장난을 많이 치는데, 언니도 유별나요. 선을 넘었다거나 하면 베개로 때리고 하는데, 정말 말이 많거든요. 정말 옆에서 조잘거려요”라고 평소 자매의 모습을 전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매가 코트에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1년이 되면 하정이가 분당경영고 1학년으로 입학한다. 자매 선수가 새해에 같은 학교, 같은 코트에서 다시 뛰게 되는 것이다. 하정이가 속한 청솔중과 분당경영고는 연계학교이기 때문에 같은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상황이 많았다. 언니가 훈련하는 걸 동생이 보고, 동생도 언니를 본다. 그러면서 소정이는 “쌤! 우리 때는 안 그랬잖아요?!”라는 불만 섞인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상훈 쌤(청솔중 코치)이 정말 인자해지셨거든요. ‘나 때는 말이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저희 때는 훈련도 정말 오래 하고, 코치님이 상황에 꽂히신 날이 있으면 저흰 죽은 날이라고 했어요(웃음). 청솔중 운동이 힘들다는 건 전국에 있는 농구부가 다 알걸요?(웃음). 지금은 정말 편해진 거라니깐요”라고 소정이가 이야기하자 또 하정이는 이 부분에 쉽게 인정하며 이야기를 덧붙였다.

“정말 인자해지시긴 했어요(웃음). 혼날 상황인데도, 그냥 넘어갈 때도 많으시거든요. 저도 달라지셨구나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 두 딸을 바라보며 변 코치가 깊은 아빠 마음을 담아 말한다. “부모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요(웃음). 부상 없이 잘 컸으면 좋겠어요. 부상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거든요. 징크스 등이 걸림돌이 돼 멈춰 설 수 있겠지만, 떨어지면 안 돼요. 상처 없이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소정-하정 자매에게 물었다
이후 장난기 가득했던 두 자매의 친구 같은 대화는 Q&A로 풀어봤다. 정확한 팩트와 필터 없는 직언으로 답을 주고받으며 얼얼(?)하기도 했지만, 자매이기에 더욱 얘기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Q. 두 선수 1대1은 자주 해요.
소정_당연히 제가 이기죠. 힘이 세긴 한데, 아직 소정이가 요령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저한테는 안 되죠(웃음).
하정_제가 튕겨 나가죠.

Q. 농구를 시작한 이후 서로를 계속 지켜 보았으니 서로의 장단점은 잘 알 것 같아요.
소정_저는 스피드랑 힘으로 치고 나가서 레이업을 하거나 드라이브인을 즐겨 하는 편이예요. 하정이는 약간 설렁설렁하는 느낌이 있는데, 또 그게 다 돼요. 다부진 면은 좀 키워야 하지 않을까 해요. 저는 남자선수같은 플레이를 하고, 하정이는 여자선수처럼 살랑살랑(?)하는 느낌이에요. 전 여유가 필요한데, 그래서 요즘 박지현(우리은행) 언니의 플레이를 많이 봐요. 다 보면서 여유 있게 하는 것 같은데, 강약 조절을 하면서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하정_언니 말처럼 경기에 처음 들어갔을 때 제가 살랑살랑하는 느낌이 있어요. 근데 집중하다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고요. 언니는 들어가자마자 전력을 다해요. 전 처음부터는 그러지 않아요. 강약 조절은 언니보다 제가 더 잘할걸요?(웃음). 저는 제 경기는 잘 안 보는데, 언니는 꼭 봐요. 언니는 잘 풀릴 때는 정말 잘 되는데, 안 되면 급해지는 성향이 있어요.

Q.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는데, 부녀가 참 사이가 좋은 것 같더라고요. 평소에도 이렇게 잘 지내나요.
소정_사진 찍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 어색하긴 했어요(웃음). 근데 정말 아빠와 저희는 웃음 코드가 잘 맞아요. 저희끼리 아는 말이 있잖아요 가끔. 그럼 아빠가 듣고는 옆에서 따라 하고, 저희 대화에 끼어들고 하거든요. 다정하신 아빠예요.
하정_친구 같은 아빠예요. 편해요 같이 있으면. 평소에 침대에 있으면 같이 눕고, 잘 지내요.

Q. 아빠랑 이건 정말 닮았다고 하는 것들이 있나요.
소정_
전 아빠는 아니에요. 신체조건은 닮은 것 같아요.
하정_전 여자 변청운이죠?(웃음). 얼굴, 신체조건이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소정_둘 다 근육이 잘 붙어요. 고등학교 때면 웨이트를 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팔에 근육이 있었어요. 운동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근육이 생기더라고요. 아빠도 프로 선수 때 다른 선수들보다 금방 몸이 올라온다고 했던 것 같아요. 힘센 것도 아빠를 닮았어요.
하정_전 아빠를 좀 많이 닮았어요. 아무 것도 안했는데, 팔다리에 근육이 붙고 아빠의 체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아요.

Q. 반대로 이건 정말 다르다 하는 게 있다면요.
하정_
전 아빠보다 좀 얌전한 것 같아요. 성격은 언니가 아빠를 닮은 것 같아요. 산만하거든요. 근데 아빠는 한 번 물으면 다시 안 묻는데, 언니는 계속 물어요.
소정_궁금한 게 많은 거야~
하정_언니는 아빠랑 다르게 뭘 구경하고 하는 걸 좋아해요. 엄마랑 그
부분은 닮은 것 같아요.
소정_주변에서 저와 친해지면 돌아이라고 많이 그래요(웃음). 낯을 많
이 가리는데, 친해지고 나면 이런 줄 몰랐다고 그러더라고요.
하정_저도 그 언니에 그 동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하.

프로 선수로서의 꿈
지금 프로 무대에 있는 안혜지(BNK)와 안주연(삼성생명), 이주연(삼성생명)과 이채은(하나원큐)처럼 훗날 소정-하정 자매도 프로 무대를 함께 뛰는 자매가 될 것이다. 같은 학교에서 쭉~ 함께해 온 만큼 프로무대에서도 한솥밥을 먹고 싶은 꿈을 꿀까? 형제와 자매가 아직까지 한 팀에서 만나는 상황은 거의 없다. 소정과 하정이의 마음은 어떨까? 소정이는 NO, 하정이는 YES란다.

Q. 같은 팀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때요? 좋은 점, 불편한 점 둘 다 있을 것 같은데.
하정_
저는 편해요. 제가 못하는 부분들을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를 못해줄 수 있는데, 고칠 수 있게 언니가 얘기해 주거든요. 또 저는 선배들이면 말을 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언니다 보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소정_전 어찌 보면 후배이자, 동생이니까. 좀 더 챙겨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주변 시선이 있으니 덜 챙겨주려고 하는데. 또 제 친구들이 있으니 하정이를 챙겨줘요. 전 공평하게 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죠.

Q. 프로에 가서 한 팀에서 만난다면요.
소정_
전 다른 팀에서 뛰고 싶어요(웃음).
하정_전 크게 상관없는데, 언니가 있으면 더 편하고, 좋지 않을까요? 하하.
소정_내가 더 불편할 거야. 내가 더 중요해. 그러니깐 안 돼. 그리고 일단 프로 팀에서 뽑아줘야 가지(웃음). 2021년, 새해가 밝았어요. 어떤 한 해를 보내고 싶나요. 소망을 얘기해보며 인터뷰를 마무리해볼까요.
소정_전 좀 더 여유 있게 하면서 팀이 필요할 때 해줄 수 있고, 코치님이 찾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팀에서도 믿을 수 있는 선수요. 그러려면 실력이 중요한데,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할 것 같아요.
하정_전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정이가 들어갔을 때 이건 된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 공격을 본 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봐야 할 것 같아요.

Q. 오늘 온 가족이 함께 했어요. 아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하정_
이렇게 훌륭하게…
소정_야, 아직 한 것도 없잖아.
하정_하핫. 그럼 이렇게 잘 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언니는(프로에 가기까지)1년, 저는 3년 동안 잘 부탁드려요. 전 3년 뒤에 꼭 효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소정_잘 부탁드려요가 뭐야. 하하. 고생 조금만 더 해주세요~ 이런 느낌인데.
하정_전 언니한테 용돈 받는 게 목표예요.
소정_그럼 나한테 잘해야지~ 안 그럼 안 줘. 프로에 일단 뽑히고 나서 생각해볼게.

프로필_
변청운 / 1974년 3월 20일생, 191cm, 대경중-대경상고-건국대, 1998년 광주 나산 플라망스 입단, 2010년 은퇴, 대경중 코치(2010~2012), 배재고 코치(2015~2019)
변소정 / 2003년 10월 19일생, 181cm, 화서초-청솔중-분당경영고2
변하정 / 2005년 7월 22일생, 180cm, 수정초-청솔중3

# 사진_점프볼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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