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만 100억' 수능 1타 강사는 왜 댓글공장을 차렸나

김현정 2021. 1. 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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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피하려 필리핀에 회사까지 차려 여론 조작
연봉 백억대 1타강사 자리 유지 위해
같은 회사 경쟁 강사까지 댓글테러 나서

"ㅇㅇㅇ 교재 좋냐? 이거 수능시험장에서 절대 안 통한다던데."

"ㅇㅇㅇ 왜 좋아하냐. 대치동 현강생(현장 강의 수강생) 빼고 아는 사람 몇이나 된다고."

대성마이맥의 수능 국어영역 '1타 강사(1등 스타강사)'로 알려진 박광일 씨의 '댓글 공장'에서 만들어진 댓글이다. 타사와 자사를 막론하고 다른 강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적은 박씨는 1타 강사에서 범법자로 추락했다.

연봉만 100억이 넘는다는 수능 1타강사는 왜 필리핀에 댓글공장을 차려야했을까.

박 씨가 구속까지 이르게된 단서는 2019년 6월 수학 강사 우형철(예명 삽자루)씨가 올린 동영상에서 찾을 수 있다. 우씨는 당시 영상에서 박씨가 차명 아이디를 만들어 경쟁 강사들을 비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우씨는 당시 영상에서 "박광일이 대성에서 전체 (매출) 비중의 70%를 벌어온다"며 "소년 가장이다. 박광일이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에 따르면 박씨는 많게는 한 달에 13개의 강좌를 전국에서 강의한다. 현장 수업을 하면 한 교실에 250명이 들어가며, 이를 촬영한 영상을 모니터로 틀어주는 교실까지 포함하면 500명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학생 한 명당 수강료는 30만원 정도로, 수업 한 번에 1억5000만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여기에 교재 판매 수익 등이 합해져 1타 강사는 수십, 수백억원 대의 연봉을 받게 된다.

이 때는 이미 박 씨가 필리핀에 댓글공장을 차린 2017년 7월부터 2년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박씨가 필리핀에 댓글공장을 차리게 된 것은 아이피(IP)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유학생 등을 동원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댓글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1타 강사는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지만 1등 자리를 계속 유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수험생들이 강사를 선택하기 전에 의지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명 커뮤니티의 댓글이다. 댓글 조작을 통해 경쟁 강사에 대한 수험성 여론을 악화시키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댓글 공장까지 만드는 바이럴 마케팅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씨가 아르바이트생 등을 동원해 작성한 게시글과 댓글을 살펴보면 그의 절박한 심정이 잘 드러난다.

경쟁 강사에 대해 "ㅇㅇㅇ 강사 XX XXXX 이상하다", "아침에 수험생 XXX 살살 긁는 문자 몇 개 답장 보냈다고 참 슨상이 되버리노" 등 비속어를 섞어 공격적인 글을 올렸다.

"ㅇㅇ패스에 ㅇㅇㅇ 강사가 좋다고 해서 들어봤는데 '읽고 납득이 돼?' 이 소리만 하고 지문을 다 이해하라는 데 그게 되면 인강(인터넷 강의)를 들을 이유가 없는데"라고 글도 올렸다. 해당 글에 "ㅇㅇㅇ 강사는 나도 별로"라는 식으로 댓글을 달아 마치 많은 수험생이 공감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같은 회사의 강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회사 경쟁 강사의 수업 내용 등을 언급하며 "그런 스킬 절대 안 통한다", "그 시간에 차라리 기출을 한번 더 봐라"는 식으로 글을 올렸다. 강사 외모를 비하하기도 했다. "ㅇㅇㅇ 앞니 벌어진 거 신경쓰이노. 쳐다보고 있으면 내 이가 다 아프다."는 식으로 강사의 강의 능력과 상관없는 헐뜯기를 계속했다. 댓글조작은 매우 교묘했다. 박 씨가 댓글 조작을 위해 동원한 아르바이트생은 "여기 ㅇㅇㅇ 알바 있네?" 라는 식으로 글을 써 자신은 댓글 알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개인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소속 강사가 댓글 조작 등 불법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업계에 퍼져있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최근 강사들끼리의 비방 뿐 아니라 학원 대 학원으로도 서로를 비방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 회사에 소속된 강사가 비방 행위를 벌일 경우 회사의 최고 대표자까지 법적 책임을 묻도록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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