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견제 속 한국의 외교전략은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2021. 1. 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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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상 고려한 한미 간 긴밀한 한반도 평화전략 추진해야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소식을 알리는 홍콩 언론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유례를 찾기 힘든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위기는 물론, 1월 6일 미 의사당의 폭력사태에서 목도되었듯이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미국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인종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던 미국이었지만 선거의 결과까지 폭력으로 부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소위 트럼프주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시장과 이윤의 논리에 따라 진행된 소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탈냉전기 미국 단극체제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미국 내 빈부 격차와 중산층 약화를 초래한 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산층은 기존의 정치엘리트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미국의 지구적 역할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했으며, 자국 이익 우선의 외교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미국은 1945년 이후 건설해왔던 소위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4년을 경험하게 됐다.

중국을 명백한 경쟁자로 인식
바이든 정부는 안으로는 트럼프주의, 밖으로는 미국 쇠퇴론과 정면으로 대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돌아온 미국(America is back)”을 외치고, “미국의 재건(Build Back Better)”를 내세우며 코로나위기, 경제위기, 인종위기, 환경위기의 4대 위기를 극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국내정책과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다자주의, 규범과 가치를 중시하는 국제질서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거래의 대상으로 폄하된 동맹의 가치를 복구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재건하고 국제규범을 저해하는 전략적 경쟁국들, 즉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의 국가와 정면 경쟁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G7 선진 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넘어 보다 확장된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국가들이 모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제를 실제로 추진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바이든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약이다.

바이든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이 정해지고 최근 인준청문회를 거치면서 보다 구체적인 외교안보 정책의 면모도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대부분은 과거 오바마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낯익은 인사들이지만 이미 시대적 배경은 예전 같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의 성장으로 인한 거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6월 갓 등장한 시진핑 주석과 소위 ‘신형강대국관계’를 주창하고 상호 간의 윈윈관계를 추구했다. 그리고 미국은 아시아 중시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상호 협력적인 미중관계를 지향했다. 그러나 현재의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명백한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중국 견제정책은 비록 방법에서는 문제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옳다며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대중 견제정책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한반도 평화에도 중국 협력 필요
바이든 정부가 추구할 아시아 전략, 혹은 대중 견제 전략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현재의 세력균형을 강제적 방법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험주의, 규범 저해 세력이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해 군사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금, 미중 간 군사적 세력균형을 지켜야 한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되면 무력에 의한 방법으로 세력균형을 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동맹국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추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중국과 여러 이슈에서 경쟁하되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해양영토, 군사력 증강, 무역과 기술, 체제와 이념 등 많은 영역에서 미중은 경쟁과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구 전체의 문제인 기후변화,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보건위기를 해결하는 데 미중은 이해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을 추구하되 파국으로 가지 않고, 경쟁적 공존을 추구하면서 점차 중국과 협력의 여지를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미 중국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소위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극단적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이 서로 협력하고 사정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가운데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지 천편일률적으로 미국 편만 들게 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규범과 규칙에 근거한 장기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과 도전을 안겨준다. 한국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맺고 있고 북핵문제의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성장해왔고, 미국과 오랜 기간 성공적인 동맹관계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딜레마에 처해왔다. 향후 바이든 정부가 규칙과 규범 그리고 아시아 동맹국 간의 효과적 분업에 의한 대중 정책을 추구할 때 한국은 국익과 국제적 규범 모두를 고려하면서 동맹국 미국과 전략적 공감대를 찾아가야 한다.

북핵문제 역시 남북문제이기도 하지만 미중 간 비확산이라는 공유된 이익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이든 정부에는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오랜 시간 협상을 벌여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미국이 바라보는 북핵문제의 성격은 지구적 차원의 비확산 문제이자, 미중 간의 지정학 경쟁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남북 협력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고, 미중 협력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한미 양국 간에 긴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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