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그 딜레마

임지영 기자 2021. 1. 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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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아이를 하나는 낳으면 좋을 텐데." 퇴근 후 아이들 옷을 갈아입히고 자기 옷은 반만 갈아입은 채 둘째의 이유식과 첫째의 밥을 챙긴 뒤 악을 쓰는 아이에게 호통을 치던 언니가 말했다.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애가 그냥 반에서 중간 정도로 공부하고 소소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평범한 삶을 누리길 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게 가능한지, 성인이 되어서도 그 삶에 만족할지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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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아이를 하나는 낳으면 좋을 텐데….” 퇴근 후 아이들 옷을 갈아입히고 자기 옷은 반만 갈아입은 채 둘째의 이유식과 첫째의 밥을 챙긴 뒤 악을 쓰는 아이에게 호통을 치던 언니가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인에 대해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언니가 아이를 낳으라고 한 날, 작가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엄마가 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게 잘못된 선택인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여성 열일곱 명을 만났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한 줄이면 요약이 가능하지만 그들의 삶까지 요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 때문에,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인구가 이미 차고 넘쳐서,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이들은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한다. 나중에 아이가 갖고 싶어질 땐 늦은 게 아닐까, 낯설어도 새로운 세계로 가는 걸 시도하는 게 어른인가? 작가의 고민은 이랬다. “보편적 경험을 하지 않은 것 때문에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인간에 대한 나의 이해도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들의 선택은 ‘과정이기도 결과이기도 의문이기도 삶에 관한 태도이기도 하다’.” 언제나 변동 가능성을 안고 있다.

책 속 한 인터뷰이의 말대로 아이를 키우는 건 ‘거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사는 일이다. 정의롭고 청렴해 보이던 사람들도 자식 때문에 비윤리적인 일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보며 작가는 두려워졌다. 그런 모순이 가능한 부모의 자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누군가의 말이 특히 와닿았다.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애가 그냥 반에서 중간 정도로 공부하고 소소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평범한 삶을 누리길 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게 가능한지, 성인이 되어서도 그 삶에 만족할지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는 것. 작가 역시 ‘가능하면 딜레마 상황을 피하고 싶고, 삶에서 모순을 줄이고 싶은데, 나의 욕망과 타인인 아이의 욕망이 자꾸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인다. 사교육에 공을 들이든 그렇지 않든 고심하는 지점은 비슷할 것이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 계획에 대해 묻는 게 예의가 아닌 시대가 되기까지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기혼 여성들의 욕망을 무시하고 억압해왔다’. 비출산 의지를 관철하기 어려운 시대를 지나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도 수월하지는 않다. 혼자 결심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슷한 궁리를 하는 이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는 작가의 기세와 성실함이 강점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자녀가 있는 여성들에게도 엄마가 된다는 것의 사회적 의미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권하고 싶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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