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만장째, 올해도 '천안함 사람들'은 마스크 보냈다

이승규 기자 입력 2021. 1. 24. 17:34 수정 2021. 1. 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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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철희 일병 母 원용이씨, 칠곡군에 4000장 기부
지난 10년간 아들 모교에도 장학금 지원
원씨 "생존자들에 따뜻한 관심 부탁드린다"
지난 2014년 8월 14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대진고등학교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막내 故 장철희 일병 추모비 제막식에서 고인의 부모인 원용이씨(왼쪽) 부부가 부조를 쓰다듬고 있다. 이 추모비는 대진고의 한 학부모가 천안함 용사를 기리자며 기부금을 출연하면서 세워졌다. 故 장철희 일병은 2010년 1월에 해군 병 563기로 입대한 뒤 그해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전사했다./해군 제공

지난 23일 경북 칠곡군청에 상자 4개가 배달됐다. 한 상자당 1000장씩, KF94 마스크 4000장이 들어있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원용이(54)씨가 아들을 기억해 준 칠곡군에 보낸 온정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천안함 사람들’의 마스크 기부는 지난해 3월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과 천안함재단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누적 마스크 기부량만 2만장에 달한다.

원용이씨는 아들 故 장철희 일병을 지난 2010년 3월 26일 가슴에 묻었다. 장 일병이 천안함 보수병으로 부임한 지 불과 보름만이었다. 북한은 이날 기습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당시 만 19세였던 장 일병은 전사한 천안함 46용사 중에서도 가장 어렸다. 철도기관사의 꿈을 꿨고, 가족에게 다정했던 착한 아들이었다고 한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새긴 원씨는 어느 날부터 기부와 봉사를 시작했다. “뼈에 사무치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2011년 원씨는 천안함 피격 1주기와 서해 수호의 날을 전후해 아들의 모교인 서울 대진고를 찾아 2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아들의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처음 건넨 이 장학금을 원씨는 그후 10년이 넘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장 일병의 천안함 전입 동기 3명에게도 대학 복학 시점부터 졸업 때까지 일부 학자금을 후원했다. 전업 주부인 원씨가 남편이 준 생활비와 보훈 연금을 아끼고 모아서 자식 같은 이들을 위해 쓴 것이다.

故 장철희 일병/칠곡군

원씨는 지난 2019년 칠곡군이 진행한 ‘천안함 챌린지’ 등 천안함 피격사건과 전사·순직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 개최 소식을 전해 듣고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챌린지는 전사한 장병 46명과 구조 활동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를 기리기 위해 천안함 배지를 착용하거나 추모 문구를 써서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다음 참가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행사였다.

원씨는 그동안 조금씩 모은 돈으로 마스크 7000장을 구매해 4000장을 칠곡군에 전달하고 3000장을 전몰군경유족회에 기부했다. 천안함 추모식이나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족을 위로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이런 기부와 봉사를 펼치는 원씨의 마음 속에 아직 묵직한 돌덩이 하나가 남아 있다. 천안함 생존 용사들이다. 원씨는 “한때 아들의 동료였던 천안함 생존자들이 당시의 부상과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면서 “병원비가 부족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생존자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한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숭고한 마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장철희 일병과 천안함 용사들을 칠곡군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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