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이낸셜뉴스

은행 '한 날개'로 버틴 2년..우리금융 시험대 올랐다 [우리금융號, 위기를 기회로]

최경식 입력 2021. 01. 24. 18:26 수정 2021. 01. 25. 09:38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지난해 실적 상대적 부진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 취약 악재 
지원 및 리스크 관리 정부정책도 발목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 지속 
손 회장 "회복탄력성" 강조 
성장 기반 확대 등 성과 창출 다짐 
[파이낸셜뉴스] 고종 황제가 지난 1899년 1월 자본금 5만6000원(현재 가치 60억원)에 세운 우리은행(옛 대한천일은행)이 올해로 창립 122주년,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2주년을 맞았다. 우리은행은 일제 시대와 외환위기 등 굵직한 근현대사적 환경 변화를 겪은 후 지난 2001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지난 2014년 4차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주도 '쪼개 팔기'로 인해 우리금융지주는 해체됐다. 그 후 우리금융은 4년여의 '다시 합치기' 노력 끝에 지난 2019년 금융지주 체제로 재출범했다. 당시 우리금융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우리금융이 은행과 비은행의 양날개로 비상하는 '종합금융기업'으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했다.

■순익·주가 부진
하지만, 지주가 재출범한 후 2년이 지난 현재 우리금융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경쟁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실적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실적 전망치까지 포함하면, 우리금융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1조6890억원으로 전년(2조375억원) 대비 17.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순이익이 4~5% 증가하고,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2.5%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대비된다. 더욱이 최근 2분기째 NH농협금융에까지 밀려 5위로 뒤쳐진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경영평가의 핵심기준인 주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주사 재출범 직후만 해도 우리금융의 주가는 1만400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주가는 대체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을 땐 주가가 6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우리금융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주가부양 노력을 기울였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우리금융의 숙원인 '완전 민영화'를 위한 지분 매각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비은행 부문 취약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론 취약한 비은행 부문이 꼽힌다. 경쟁 금융지주사들이 '은행'과 '비은행'이란 균형 잡힌 '양 날개'로 비상하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은행'이란 날개 하나로 불안한 비행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지난 3·4분기까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 비이자부문 수익인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는데, 이는 증권 자회사 부재가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4분기 말 누적 순수수료수익은 6033억원으로, 전년 동기(7064억원)보다 1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 금융지주사들의 순수수료수익이 급증한 것과는 상반된다. 최근 '동학개미운동'과 공모주 청약 열풍 등 '빚투(빚내서 투자)' 분위기에 힘입어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린 수혜를, 우리금융은 증권사가 없어 전혀 받지 못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록 그동안 우리금융이 자산운용사와 저축은행 등을 M&A(인수·합병)하며 비은행 부문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었지만, 이는 소규모 M&A에 불과하고 비은행 부문 강화의 핵심은 증권사와 보험사"라며 "하지만, 장기간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았고 증시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른 시일 내에 우리금융이 M&A에 나설만한 증권사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은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을 여의치 않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도 발목
그간 설익은 정부 정책도 우리금융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금융지주사에 시종일관 투자 및 배당이 아닌 지원 및 리스크 관리 일변도의 노선을 압박해왔다.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지원(원금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및 추가 연장), 뉴딜펀드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 정책에 금융사의 참여를 독려했다. 또 금융사가 주주들에 대한 배당도 자제할 것과 대출총량 관리 등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금융권 내부에선 추후 건전성 악화 및 주주가치 하락 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들은 투자나 배당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주주가치 제고 및 성장기반 확대 등을 도모하지 못했고, 대출 증가세 둔화 및 순이자마진(NIM) 축소 등도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가장 최근엔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도 은행권을 불로소득을 챙기는 집단으로 몰아가면서, 대출금리를 낮추고 이익을 공유하라고 압박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위기 발생시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에 지원 및 참여하는 것은 금융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지만, 매번 금융사가 활용되면서 뒤따르는 불확실성의 확대로 리스크 및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 '불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는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재출범 한 이후 가장 큰 악재였다. 지난 2019년 8월에 우리은행 DLF 사태가 불거졌고, 2020년 1월에는 손태승 회장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손 회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 같은 사모펀드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만간 라임펀드 등을 판매한 은행권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이 열린다.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대다수에게 문책 경고 또는 직무 정지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바 있어, 우리은행 전직 CEO 등에게도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된다.

■난국 타개 키는 '리더십'
지주사 재출범 3년차인 올해는 우리금융이 도약이냐, 도태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중요한 시기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그만큼 우리금융호 출항 때부터 운전해온 손태승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 받는 상황이다. 그나마 손 회장은 올해 위기 극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회복 탄력성'을 꼽았다. 그는 신년사에서 "올해 용수철처럼 수축된 힘을 응축해서 더 높이 튀어오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구체적으로 △그룹의 성장기반 확대 △디지털 넘버원 도약 △경영효율성 제고 △브랜드·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리스크·내부통제 강화 △글로벌 사업 선도 등을 제시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전방위적 경제위기와 부실의 누적 등 미증유의 난국을 딛고 더 높이 도약하자는 손 회장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지주사 출범 3년차를 맞아 이전과는 다른 경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