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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경험'의 다양한 사상적 논쟁

박양수 입력 2021. 01. 24. 19:42 수정 2021. 01. 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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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란 무엇인가.

흔히 "그건 남자들 일이야. 너는 이해할 수 없어" "그건 흑인들 일이야. 너는 이해할 수 없어" 등 경험은 종종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토록 많은 사상가들은 왜 경험을 규명하는 일에 매달렸을까.

책은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란 푸코의 주장처럼 적어도 경험의 일정한 의미를 참고하지 않고선 우리의 수수께끼 같은 역할을 사유하는게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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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노래들>

경험의 노래들/마틴 제이 지음/글항아리 펴냄

경험이란 무엇인가. 흔히 "그건 남자들 일이야. 너는 이해할 수 없어" "그건 흑인들 일이야. 너는 이해할 수 없어" 등 경험은 종종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언어적 매개 밖에선 출현할 수 없기에 개념들의 함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의 경험은 '전통'이나 '역사'로 이해되기도 한다. 휴머니스트들은 인식적일 뿐 아니라 정서적인 것으로 봤고, 억압적인 힘에 맞서 투쟁으로 획득되며 공동의 삶의 방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봤다. 이처럼 일상이든, 이론적 담론 영역에서든 이 개념만큼 적극 옹호되거나 격렬한 저항을 불러온 단어는 별로 없다.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20세기 후기 구조주의까지 서양철학에서 경험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본 '경험의 사상사'다. UC버클리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서구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종교 사상과 현상학,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포스트구조주의까지 경험의 지적 역사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경험론과 관념론의 경쟁'이라는 구도에서 로크, 흄, 칸트 사이의 핵심 논쟁들을 추적한다. 종교 영역에서 탐구되는 방식을 슐라이어마허, 제임스, 오토, 부버를 통해 개관했다.

칸트가 어떻게 미학과 신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경험 사유를 뻗어냈는지를 살펴보며, 예술작품을 경험이란 렌즈로 들여다본 존 듀이의 사상까지 다룬다. 또 버크, 오크숏, 영국 마르크스주의자들을 통해 정치적 경험들을 살펴본다. 바르트, 푸코 등의 포스트구조주의자 외에도 '경험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경험론도 다룬다.

그토록 많은 사상가들은 왜 경험을 규명하는 일에 매달렸을까. 그들에겐 냉철한 분석일 뿐만 아니라 열정의 '노래'였다. 때로는 서정적 찬가였고, 때로는 비가였으며 쓰디쓴 비난이기도 했다. 어떤 이들에겐 놀라운 감정을 촉발하는 하나의 기표다. 한 논객은 "경험과 자유, 이 단어는 영어권에선 가장 강력한 슬로건에 해당할 것이다. 영국계 미국인들은 언제나 그 단어들에 의지해 사유의 토대와 방법과 목표를 규정해왔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문화권에서도 '추종' '신화' 의 대상이다. 경험의 유혹이란 정말 강력한 셈이다. 책은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란 푸코의 주장처럼 적어도 경험의 일정한 의미를 참고하지 않고선 우리의 수수께끼 같은 역할을 사유하는게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또한 현대 문화에서 '경험'의 물질적, 언어적, 문화적, 이론적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누구에게나 사상적 자원이자 참조점이 되어줄 게 분명하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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