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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두지 마세요"..백신 유통 '정온과의 싸움'

박수지 입력 2021. 01. 24. 20:06 수정 2021. 01. 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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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동탄 제약 물류센터 가보니
5만명분 화이자 백신 2월초 도입
저온유통 체계 준비에 센터 분주
내부공간·차량 '일정한 온도' 집착
바닥 위 '팰릿'에 백신 올려놓고
10분마다 온도 측정해 기록지 인쇄
SK바이오사이언스 유통관리 맡아
지난 21일 씨제이(CJ)대한통운 동탄제약허브(거점)센터에 백신 제품들이 쌓여있다. 냉장 보관돼야 하므로 특수용기에 담겨있다. CJ대한통운 제공

코로나19 백신 국내 접종이 다음 달부터 이뤄질 전망인 가운데, 백신의 보관 및 유통 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해 9월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유통 과정에서 부주의로 상온에 노출된 일도 있었던 만큼 ‘두 번의 실패’는 없어야 하는 상황이다.

24일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 달 초 세계 백신 공동구매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5만명 접종분의 백신이 국내에 처음 도입될 예정이다. 화이자 백신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위탁의료기관 약 1만곳, 접종센터는 250곳을 지정·운영해 백신 접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제품을 저온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해 변형이나 손상이 없도록 하는 저온유통(콜드체인) 체계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보관·유통 온도 조건은 백신 종류마다 제각각이다. 화이자는 영하 70도 초저온이 지켜져야 하고, 모더나는 영하 20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2~8도에서 냉장 기준을 맞춰야 한다.

지난 21일 씨제이(CJ)대한통운 동탄제약허브(거점)센터에서 의약품이 자동분류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지난 21일 찾은 3천평 규모의 씨제이(CJ)대한통운 동탄제약허브(거점)센터에서 엿본 콜드체인의 핵심은 냉장·냉동 기능이 아닌 ‘정온’이었다. 콜드체인 물류센터는 무척 추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센터 내부는 서늘한 공기(7~8도)가 감돌았다. 제조사에서 백신을 비행기에 실은 뒤 국내에 들여와 접종하기 직전까지, 백신은 몹시 춥거나 더운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제품이 정해진 온도 상태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8도를 유지해야 하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창고에서든 차량 내부에서든 바깥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얼어선 안 된다.

“바닥에 두지 마세요!” 센터를 둘러보며 설명하던 박기정 동탄허브센터장은 직원들이 일반 의약품 상자 하나조차 바닥에 내려놓지 못하도록 신경을 썼다. 상자면이 바닥에 접촉하면 제품 온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흔히 현장에서는 ‘파렛트’로 부르는 화물을 쌓아두는 ‘팰릿’ 위에 모든 제품이 놓여있어야 했다. 특히 백신은 분류하거나 운송한 뒤 병원 앞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전달하는 ‘라스트 마일’ 때가 온도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허브센터에서는 분류작업도 냉장창고 앞에 차단된 별도의 전실에서 하도록 공간을 나눠놨다. 지난해 9월 신성약품도 백신을 전국에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등 콜드체인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다.

씨제이대한통운의 이호관 품질보증부장(약사)은 “기본적으로 제작사에서 특수용기에 냉매제를 넣어 백신의 저온 상태를 유지하게 하지만, 영하 15도씩 외부 기온이 떨어지면 백신도 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물류센터 내부(7~8도)와 차량 내부 온도(12~28도)가 일정하게 지켜진다. 그래야 오차 범위(±3도) 안에서 온도가 움직여도 백신에 손상이 없게 된다. 정온에 대한 이들의 ‘집착’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창고 옆 비상 발전기와 운송 차량에서 10분마다 측정돼 인쇄되는 온도 기록지에서도 느껴졌다.

질병관리청은 22일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수행기관으로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정하고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가 직접적인 백신 유통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협력업체들의 역할이 크다.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의 총지휘 아래 엠투클라우드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지트리비앤티와 동원아이팜이 물류센터 구축 및 배송을 담당한다. 통상 일반 백신은 물류사의 허브센터에 모여 각 지역센터로 배송된 뒤 최종 의료기관에 전달되지만, 이번 코로나19 백신은 특수성 때문에 접종센터 등에 직배송될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이 조만간 협력업체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해 독감 백신 배송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특별히 안전에 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탄(화성)/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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