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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60조 공적자금 받은 금융권, 이익공유제 동참 당연하다

입력 2021. 01. 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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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권이 추진 중인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자발적인 기부와 정부의 운용기금 중 여유자금을 활용해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정부의 일부 출연과 민간의 기부로 마련된 기금으로 특별재난 구호비,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의료진 지원 등에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K자 양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익공유제가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는 유력한 틀이 되도록 제도 설계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런데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의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금융권의 참여가 이익공유제의 핵심이라면서 “금리를 낮추거나 불가피한 경우 은행이 이자수익을 임대료처럼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금융권 안팎에서 ‘금융권 팔비틀기’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자경감 내지 중단 요구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주주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제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에서는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당시를 금융권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부는 금융의 부실화를 차단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동원해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정부가 국민 동의하에 막대한 자금을 몰아줘 금융권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주식시장 상장기업이면서도 주주의 이익 못지않게 사회적 책무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로써 명백하다. 이번엔 금융권이 서민들을 도울 차례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회사의 당기순이익 추정치가 11조원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수요로 가계와 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들은 폐업위기에 시달리는데 은행들은 연말 성과급에 퇴직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씁쓸하다.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금이자와 대출이자 간 금리차)도 주요국에 비해 높아 손쉽게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참여가 과도한 방식으로 강제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권 스스로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이 기회에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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