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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덮은 경찰, 이래서 시민 신뢰 얻겠나

입력 2021. 01. 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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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퇴근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이 24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사건 초기 택시기사 조사를 맡았던 경찰관에게는 대기발령을 내렸다. 당초 경찰은 증거가 없어 이 차관을 처벌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차관에게 폭행당했다는 택시기사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작년 11월11일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부패 경찰을 다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으로, 택시기사 말이 사실이라면 담당 경찰관은 범죄자와 다름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 1월1일부터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졌다. 이 차관 사건과 같은 경우 앞으로는 경찰이 1차적으로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 그러나 경찰이 이런 방식으로 사건을 덮는다면 사후 검증이 쉽지 않고, 결국 시민의 일상이 위협받게 된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해 조사에 착수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담당자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서초경찰서 팀장·과장·서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등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심각하게 손상됐다. 약속대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 혹여 또다시 진실을 은폐하는 일이 생긴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경찰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진작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6일 촬영된 이 영상에는 이 차관이 운전기사의 목덜미를 잡는 장면이 담겨 있다. 운전기사는 검찰에서 택시 차량 변속기를 ‘P’(주차 상태)가 아닌 ‘D’(운행 상태)에 놓은 채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영상과 운전기사의 진술은 경찰 조사 결과와 달리 이 차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행 중 운전자 폭행’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경찰은 최근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안이하게 대응해 시민의 공분을 샀다. 앞서 울산 남구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수사에서도 무성의와 미숙을 드러냈다. 과연 시민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 회의가 든다. 이 차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진상조사가 검찰 수사보다 못하면 경찰의 도덕성과 사건 처리에 대한 능력은 결정적으로 의심받는다. 경찰은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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