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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북한 앉히려면 당근·채찍 병행해야"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입력 2021. 01. 24. 21:27 수정 2021. 01. 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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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아시아·한반도 전문가 6인 e메일 인터뷰

[경향신문]

오바마 정부보단 유연하겠지만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
압박 강조하기보단 ‘싱가포르 선언’ 원칙 재확인 필요
북은 미사일 발사로 바이든의 ‘우선순위’ 시험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압박이 중요 구성 요소가 되겠지만 관여와 보상이 병행돼야 한다고 미국의 동아시아·한반도 전문가들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가 기존 대북정책의 전환을 예고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 “효과적 압박 정책 마련에 집중”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관측이 엇갈렸다. 다만 대북정책 재검토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압박 정책 마련에 맞춰질 것이라고 대부분 전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을 협상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압박을 재계산하는 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여 미 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의 상원 인준청문회 발언을 보면 그는 여전히 압박(제재)을 정책의 중요 요소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블링컨 후보자는 북한을 협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어떻게 증대시킬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이미 말했다”면서 “바이든 정부 정책은 외교적 관여 요소가 포함되며 인도적 지원과 부분적 제재 해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선임국장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전통적 접근법으로 회귀하겠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보다는 더 유연하고 개방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 문제가 바이든 정부 초기 국정 우선순위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협상 방식에 대해서는 “실무협상에서 마련된 토대를 바탕으로 고위급으로 전환하는 주류적 접근법을 따를 것”이라고 여 교수는 예상했다.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새 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진전을 가져왔다고 말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압박·관여 병행해야 효과적”

바이든 행정부가 압박만 내세워선 안 된다는 조언이 많았다. 고스 선임국장은 “상당한 당근이 동반되지 않으면 제재는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도전을 한반도에서의 제로섬 게임으로만 봐선 안 되고 중국의 부상을 관리하기 위한 더 큰 지역 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관여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향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지아니스 국장도 “북한은 다른 무엇보다 체제의 생존에 최대의 가치를 둔다”면서 “북한의 핵위협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군비통제와 단계적 접근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제재는 비확산과 법률 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압박을 정책 핵심이라고 선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북·미 싱가포르 선언을 계속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싱가포르 선언 원칙 자체는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연구팀은 모두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정부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면서 “그들은 실패를 통해 가능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배웠다”고 말했다. 북한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봄의 서프라이즈’ 대비해야”

북한의 초기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팀은 북한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 초기처럼 ‘봄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알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 요소를 평가와 계획에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실장은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우선순위를 시험하기 위한 이벤트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의 협의, 아마도 북한과의 비밀 채널을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 교수는 “오늘날 북한은 제재와 코로나19 때문에 ‘화염과 분노’의 시기,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던 시기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난과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은 외교적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안타깝게도 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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