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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급 차질에..미·유럽, 법적 대응·잔여물 쥐어짜기 '비상'

정유진 기자 입력 2021. 01. 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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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 "당초 합의 물량서 예상보다 줄어들 것" 선언
이탈리아·폴란드 등 "계약 위반" 반발하며 혼란에 빠져
캐나다·덴마크 이어 미국도 "접종 간격 최대 6주 연장"

[경향신문]

예정됐던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량을 맞추지 못한 제약회사에 대한 법적 대응부터 잔여물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백신 쥐어짜기’까지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화이자 측은 최근 유럽연합(EU)에 애초 합의한 만큼의 백신을 전달하지 못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 역시 “초기 공급 물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1분기 유럽 27개국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량이 당초 약속한 8000만회분의 40% 수준인 3100만여회분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올여름까지 회원국 시민의 70%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지금 상태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백신을 기다리던 유럽 국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심각한 계약 위반”이라며 이탈리아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올 1분기에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8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발표대로라면 340만회 분량 이상은 어려워진다. 루돌프 안쇼버 오스트리아 보건장관도 백신 공급 차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고, 폴란드도 백신 공급 지연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백신 공급 지연을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비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화이자 백신 1병에서 6회분 접종량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저용량 특수 주사기 사용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은 1병당 5회분 접종이 정량이지만, 표준 주사기가 아닌 저용량 주사기를 쓰면 잔여물까지 모두 추출할 수 있어 1회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이내에 1억명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접종 시스템 미비와 백신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5% 수준인 약 1740만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1병당 접종량을 늘리려면 표준 주사기를 저용량 주사기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CNN은 “저용량 주사기가 없는 곳이 많다”며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이런 조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접종 간격을 늘리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2회차 간 접종 간격을 최대 6주까지 허용하는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당초 화이자가 권고한 1·2차 접종 간격은 3주, 모더나는 4주이다. CDC는 “권고되는 간격을 최대한 지키되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차 접종 간격이 3~4주가 넘을 경우 백신 효능이 유지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자 기준을 완화해 접종 간격을 늘리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캐나다·덴마크 등은 접종 간격을 6주로 연장했으며, 프랑스도 연장을 검토 중이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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