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향신문

"RE100 가입은 필수..정부·기업도 탈탄소 고민해야" [우리, 탄소중립 (10)]

정환보 기자 입력 2021. 01. 24. 22:19 수정 2021. 01. 24. 23:18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이형희 SK수펙스 사회적가치위원장

[경향신문]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조달’
한국 기업으로는 첫 가입 마쳐
당장 비용 부담 상승하겠지만
대응 늦추면 해법 더 어려워져

SK그룹의 7개사가 지난달 4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의 100%를 조달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국내 최초로 가입을 마쳤다. RE100은 영국 런던에 있는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한 캠페인으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조달을 목표로 한다. 미국 경제지 ‘포천’ 선정 1000대 기업 또는 동급이면서 연간 사용 전력량이 0.1TWh를 넘어야 하는 등 가입조건이 까다롭지만, 글로벌 최상위 기업들은 앞다퉈 가입을 마쳤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사회적가치)위원장은 지난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제까지 축구 경기를 해왔지만 룰(규칙) 세터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제부터 농구를 해야 한다’고 하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어렵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RE100 가입을 통해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정부와 사회, 다른 기업들과 함께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RE100’이 생소한 사람들도 많다. 앞장선 이유는.

“한국에서는 최초라고 하지만, 1월 현재 구글, 애플, 이케아 등 전 세계 284개 기업이 RE100에 공식 가입한 상태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이들 글로벌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이나 사업 협력이 어려워진다. 기업 경쟁력과 생존을 위해 RE100 가입이 필수인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엄밀히 말해 국제사회에서 만들어진 룰인데, 정해진 룰에 따라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기업 원가 경쟁력 고려해
관련 규제 과감히 개선할 필요

- 당장 비용이 급증하지 않을까.

“당연히 많이 올라갈 것이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려면 기존 요금에 비해 30%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내 전력 사용 상위 30개 기업으로 치면 연간 2조원 이상의 비용이 증가한다. 늦추거나 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응이 늦어지면 결국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훗날 더 큰 후회가 따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든 길을 선택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 기업의 자발성에 한계가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정부도 탈탄소사회로 가기 위한 현명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 크건 작건 한국 기업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은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나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보조금 등 공급 확대가 중심이었다면,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둔 정책도 병행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주요국에서는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가 탄소 기반 에너지 발전단가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용이하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을까.

“정부도 그린뉴딜이나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 한국형 RE100 제도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장기적인 원가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줬으면 한다.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에 지원을 확대해 수요를 촉진할 수 있고,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송·배전망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서 공급 비용을 절감하는 것들이다. 정보통신기술 융·복합으로 에너지솔루션 사업 같은 신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 RE100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인가.

“재생에너지 사용뿐 아니라 ESG 강화에 대한 요구가 금융시장 등에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물 사용량, 협력사 동반성장 지원, 이사회 구성 등 환경·사회·지배구조 각각에 관한 핵심지표를 선정해 관리하고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은 도전적인 장기 달성 목표를 정하고 공정기술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 동참하고자 한다.”

- 다른 기업들도 RE100에 대한 고민이 클 텐데.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비용 부담 등의 어려움으로 막상 RE100 가입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실무 레벨보다는 최고경영층의 과감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앞으로 RE100 이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도 안 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수록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점들이 대두될 것이며, 그렇게 노출이 돼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 끝>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