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행사건 2라운드..경찰 '증거은폐' 파장 일파만파

정계성 2021. 1.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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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본 걸로 할게요" 영상 보고도 덮은 경찰
'단순폭행 내사처리' 경찰 수사 신뢰도 추락
검찰, '증거 은폐' 수사착수..윗선도 겨냥
경찰, 수사관 대기조치 및 진상조사단 출범
이용구 법무부차관이 지난 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용구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의 핵심 물증인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이 보고도 덮었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폭행 영상 등 증거가 없어 진술에 따라 내사종결했다"는 경찰의 입장과는 전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경찰도 자제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TV조선>에 따르면, 폭행 피해자인 택시기사 A씨는 서초경찰서에 마지막으로 출석한 지난해 11월 11일 담당 수사관에게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다. "블랙박스 복원업체로부터 영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담당수사관의 요청이 있었다. 영상을 본 수사관은 "차가 멈춰있네요. 영상 못 본 거로 할게요"라며 핵심 증거를 덮었다.


영상은 이 차관의 폭행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A씨가 서울 성동구의 한 블랙박스 업체에 의뢰해 복원된 것이다. 영상에는 이 차관이 A씨의 뒷목을 움켜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이 "XX놈의 XX"라고 욕설을 하자 A씨가 "저한테 욕하신 것이냐"고 반발했고, 이에 이 차관이 목덜미를 잡았다고 한다.


해당 영상은 이 차관에게도 전달됐다. A씨에 따르면, 영상이 복원된 당일 이 차관이 사과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왔고 '반성하라'는 뜻에서 복원 영상을 이 차관에게 전송했다. 다음 날인 8일 이 차관은 합의를 위해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떻겠느냐"고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영상이 복원된 사실은 블랙박스 업체들과 접촉했던 경찰도 인지했다. 11일 A씨의 마지막 경찰 출석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요구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30초 분량의 영상을 시청한 담당 수사관은 "못본 걸로 할게요"라며 영상의 존재를 덮었다. 24일 경찰은 담당 수사관이 해당 영상을 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이 핵심 증거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봐주기 수사'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그간 경찰은 이 차관 폭행 건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적용 대상 범죄임에도 '단순폭행'으로 종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가법에 따르면, '운행 중' 폭행은 당사자의 의사나 합의와 상관없이 처벌 된다. 특히 택시와 버스의 경우 승하차를 위한 잠시 정차 중 역시 '운행 중' 범위에 속한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이 없어 피해자 진술 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직접 증거가 없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내사 종결했다"고 밝혀왔지만 경찰의 발표와 전면 배치되는 정황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찰의 국가수사본부 출범을 앞두고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영상과 피해자 진술, 블랙박스 업체와 경찰 사이 통화 및 문자메시지 등을 확보하는 등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증거 은폐가 수사관의 자체 판단이었는지, 이 차관의 청탁이 있었는지, 경찰 상부 등 이른바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경찰도 부랴부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13명 규모의 합동 진상조사단을 구성했으며, 영상을 확인했던 담당수사관 B경사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 발견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차관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차관 측은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어떤 경위에서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택시기사에게 영상을 지워달라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택시기사분의 진술 내용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기사분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다"며 즉답을 피했다.

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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