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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예능의 현실②] 전문가들이 보는 '지식 소매상' 실태

박정선 입력 2021. 01.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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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강사'가 높인 알아가는 재미, '전문성'은 글쎄
"전문 분야 아닌 프로그램 등 무분별한 출연 자제해야"
ⓒ설민석 유튜브

흔히 ‘정보 전달자’ ‘지식 소매상’으로 불리는 이들은 한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지식 소매상’을 제외한 다른 패널들을 사실상 ‘리액션 담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책임감은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설민석처럼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설민석은 tvN ‘벌거벗은 세계사’ 역사 오류 논란이 불거진 이후 “내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인 것 같다.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성실하고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면서 “내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고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설민석의 사례를 두고 업계에선 ‘지식 소매상’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논란이 단순히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논란 이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새어 나왔다.


설민석은 “프랑크 시나트라 이후 백인이 흑인 음악을 부르는 거야. (흑인들은) 초심을 잃었다 이거지. 그래서 흑인들만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거야”라며 “회귀, 복고, 다시 블루스로 돌아가자. 그게 리듬앤블루스(R&B)”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음악평론가인 배순탁은 “재즈, 블루스, R&B, 초기 로큰롤에 대한 역사를 다룬 원서 한 권이라도 읽었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할 수가 없다”며 “이 정도면 허위사실 유포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설민석의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이 표절 의혹이 불거졌고, 설민석이 이를 인정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논문 표절 이후 하차를 밝힌 것도 개인의 신뢰도 하락과 영향이 있다.


설민석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2010년 연세대학교에서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사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와 역사 강의의 고리는 석사학위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고리가 되는 논문이 표절이라면, 한국사 강사로서 그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지상파 작가는 “교양형 예능의 가장 큰 메리트는 어려운 전문 분야를 시청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것”이라며 “설민석과 같은 유명 강사가 아니라 진짜 전문가가 나온다면 검증은 확실하겠지만 쉽게 설명해준다는 메리트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는 곧, ‘전문성’ 보다는 ‘예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결국 한국사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설민석이 ‘스타성’ 탓에 세계사와 음악사 등 다른 분야를 건드리면서 밑천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화제성 있는 강사를 ‘만능키’처럼 활용하려는 방송사가 한 사람에게 한계 이상의 권위를 부여하고, 설민석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부작용이 생긴 꼴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지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흥미 위주로 접근하다 보면, 대중적인 이미지가 유명한 사람 위주로 섭외를 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섭외 제안을 받는 입장에서 지식 프로그램에 대해 엄밀하게 접근하는 경우는 출연 횟수를 조절하거나, 자신이 잘 다룰 수 있는 이슈에 대해서만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섭외가 오면 자신의 능력 밖의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사람이 모든 지식을 다 통달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럴 경우는 어떠한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책임감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는 출연자의 문제인 동시에 제작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로 인해 교양형 예능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작가는 “한 프로그램, 한 강사의 실수와 준비 부족으로 불거진 문제를 모든 교양형 예능의 문제로 번질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미 위주로 흘러가는 예능가에서 설민석을 비롯해 여러 스타 강사가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며 ‘알아가는 재미’를 책임진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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