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사건' 전면 재조사, 동영상 뭉갠 형사 대기발령

최연수 2021. 1. 25.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실수사 논란 커지자 조사단 구성
수사권 조정에 역풍도 우려한 듯
택시기사 "폭행 영상 보여줬지만
수사관, 못본 걸로 할게요라고 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에서 이 차관이 택시기사의 목을 잡는 장면이 담긴 30초 분량의 영상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논란이 커지면서 경찰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택시기사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의 존재가 확인된 데 이어 영상을 확인한 담당 경찰관이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그냥 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13명 규모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이 차관 폭행 사건 및 수사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언론과 경찰 등에 따르면 택시기사 A씨는 “지난해 11월 11일 경찰 조사 때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30초 분량의 휴대전화 저장 영상을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전문업체에 자동차 블랙박스를 가져가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복원했으며, 휴대전화로 해당 영상을 촬영해 경찰에 제시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당시 영상을 본 수사관이 ‘차가 멈췄네요. 영상은 못 본 것으로 할게요’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또 “경찰이 (영상을) 달라고 했으면 줬겠지만, 경찰관이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일부 언론은 이날 이 차관이 A씨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도 이날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힌 뒤 해당 수사관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A씨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경찰이 진상조사단을 꾸린 것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27일 만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12월 말 재수사를 선언한 뒤 A씨로부터 휴대전화와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출받아 분석에 착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 영상의 존재 사실도 확인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를 폭행한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박현주 기자

경찰의 진상조사단 구성에 대해 “검찰 수사에 위기감을 느낀 데다 블랙박스 영상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칫 이 사안을 허투루 다뤘다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조계 등에서는 이 사건과 올해부터 경찰이 행사하게 된 1차 수사종결권을 결부시키면서 우려를 표명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 발견 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 진상조사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 수사관 소환 검토에 착수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법무부 법무실장 직에서 물러난 이후인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해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기사 A씨를 폭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처벌을 원치 않으며 범행을 입증할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고 같은 달 12일 내사 종결했다.

이 차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A씨와 국민에게 재차 사과했다. 다만 당시 A씨에게 해당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택시기사분의 진술 내용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기사분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다. 그런 태도는 공직자가 취할 도리가 아니다”라며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최연수·김다영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