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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지원 돈풀기, 선거용 아닌가

입력 2021. 01. 25. 00:05 수정 2021. 01. 2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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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기재부 반대에도 손실보상법 등 추진
피해계층 지원하되 재정·형평성은 따져야

서울·부산 시장 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며 출마 진용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맞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여당의 표심몰이용 재정 살포가 가열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과연 코로나19 사태를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인지, 피해계층 지원을 빌미로 표심을 사려는 것인지 누가 봐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방안이 급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180석’을 거머쥔 수퍼 여당이 그 뒤를 받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현실이다. 야당은 그럴 만한 의석도 없고, 표가 줄어들까 봐 반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 뚜렷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실무부처의 반발도 소용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추후 책임 추궁을 의식한 면피용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부터 추경까지 거듭 재정 고갈을 우려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야당과 기획재정부가 무력해지면서 결국 여당이 한다면 하는 상황이다. 최근 불과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상상 가능한 모든 재정 살포 수단이 총동원되고 있다. 이익공유법·손실보상법·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코로나 돈 풀기 3법’이다. 처리는 속전속결이다.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목표다.

여당 유력 주자들은 누가 더 많은 돈을 푸는지 경쟁하듯 숟가락을 얹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체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으로 또다시 10만원씩 뿌리기에 나서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치고 나왔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재난지원금으로 재미를 본 여당이 또다시 포퓰리즘 유혹에 빠진 건가. 나라 곳간 사정과 미래 세대가 짊어질 후폭풍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손실보상법은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피해를 본 700만 자영업자를 돕자는 것이다. 자영업자를 도와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과연 현실적이고 최적의 지원 방안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여당 일각에서 제시한 손실보상 예산은 월 24조원이다. 이미 한 해 90조원의 재정적자를 짊어진 재정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특히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몰라도 법제화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따르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누가 얼마나 피해를 보았고, 어느 정도 지원할지 공정한 기준을 정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이익을 본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이익공유제나 정부 출연금과 기업 기부금으로 피해 업종을 지원하는 사회연대기금법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피해 계층은 집중적으로 지원하되 선거 앞 표심을 노리고 모든 정책을 정치적 셈법에 따라 추진하는 것은 자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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