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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새 학기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해야

입력 2021. 01. 25. 00:19 수정 2021. 01. 2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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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다른 곳보다 코로나에 안전
학교 폐쇄는 효용보다 대가가 커
최영준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수

코로나19 3차 유행이 잦아들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됐다. 백신이 곧 코로나를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카페와 체육관이 문을 열고 거리가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6억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고 여전히 30개 나라에서 교문이 닫혀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하면서 방역 전략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이 쌓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여러 전문가는 학교를 닫는 것이 효용보다 대가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 팬데믹에서 학교를 닫는 전략은 소아가 전파의 주된 매개 역할을 하는 독감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우리는 코로나19가 독감과 다른 역학을 보이며 소아는 코로나19 전파의 주된 전파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했던 중국의 초기 보고에서도 12세 미만 연령의 감염 위험은 성인의 40%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스페인·싱가포르·캐나다 등의 후속 연구에서도 아이들이 감염될 확률은 성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유행으로 체육관과 술집을 닫을 때도 초등학교는 닫지 않았던 아이슬란드에서는 소아에서의 전파 확률이 성인의 절반으로 나타났다. 방역 대비가 잘 이루어진 환경에서 학교 내 전파가 제한적이었던 영국과 일본·호주·독일 등의 사례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팬데믹을 억제하기 위해 학교를 닫는 전략은 보건학적인 효용이 불분명하고 제한적이지만, 장기간의 학교 폐쇄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명확하며 광범위하다. 우리의 590만여 명 유치원·초중고 학생들에게 지난 한 해는 어떤 의미였을까. 학교가 닫혀 있는 동안 박탈된 환경의 아이들은 그만큼 뒤처지고 덜 안전하며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간을 보냈을 확률이 높다. 이 시기의 교육 기회 박탈은 이후 기대여명까지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원의 차이에 따른 교육 격차 또한 팬데믹 기간에 심화했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학교는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겪어내며 체험하고 동료들로부터 인정받고 위로받고 때로는 겨루어가며 나와 남을 알아가고 그만큼 성장하는 공간이다. 모든 아이가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받고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지금과 같이 전국적인 재난 상황에서 자신과 이웃을 지키는 법을 배우면서 함께 견뎌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생애 초기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이러한 격차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에서는 코로나19 유행에 대응을 위한 특정 공간의 폐쇄를 결정할 때 학교는 가장 나중에 고려돼야 하고, 다시 사회적 활동을 재개할 때는 학교가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아이들의 개별 감염 확률이 성인에 비해 낮지만, 여전히 전파의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 촉발될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학교를 여닫는 것에 대한 결정은 정량적 평가와 같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서, 과연 사회가 감염의 압력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면서 아이들의 기본권인 교육과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필요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치 판단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교사가 솔선수범하고 학생들이 따르는 방역 수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한, 학교는 다른 곳보다 안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은 지켜져야 할 아이들의 중요한 기본권이다. 학교는 더는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역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최영준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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