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착상 1개월 680만, 6개월 850만원..中대리모 실체 드러났다

박성훈 입력 2021. 01. 25. 00:37 수정 2021. 01. 25. 06:58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박성훈 특파원의 차이나 시그널]
베이징 대리모 중개업체 대표 인터뷰
"코로나에 수요 더 늘어,성공률 90%"
"기본 8500만원, 대리모는 농촌 여성"
중국 정부, 가임 여성 불임률 12.5%
중국 법원, 대리모 분쟁 415건 판결
"문제 발생시 총비용 70% 회사 배상"
″연락을 기다립니다″ 전봇대에 대리 임신 광고 전단이 붙어 있다. [인민일보 해외망 캡쳐]

“임신비 지불 절차 :①착상 1개월 초음파 검사시 4만 위안(680만원) ②착상 6,7,8개월 5만 위안(850만원)…⑥대리모가 불가항력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할 경우 추가 보상금 2만 위안(340만원) 지급….”

‘지하 암시장’ 쯤으로 여겨졌던 중국 대리 임신 시장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중국 톱 여배우 정솽(鄭爽·30)이 미국에서 은밀히 대리모 출산을 하고 아이를 버린 사실이 지난 18일 폭로되면서다. 시민들은 그의 부도덕한 행태에 분노했고 사법기관인 중앙정법위까지 나서 “여성의 자궁을 출산의 도구로 삼고 심지어 멋대로 버린 것은 인륜과 도덕을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의 입장이 분명해지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앞다퉈 “대리모는 불법, 재론 여지 없다”(인민일보 해외망, 1월21일), “불법 시장, 70만 위안(1억2000만원)이면 된다”(신화통신,22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최고인민법원이 관리하는 재판문서망 사이트. '대리임신'으로 415건의 판례가 확인된다. [중국 재판문서망 캡쳐]

본지는 중국최고인민법원이 관리하는 재판문서망을 통해 대리모 실태를 확인해 봤다. ‘대리 임신’을 키워드로, 415건의 판례가 확인됐다.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린 대리모 출산의 현실이었다.

2017년 7월, 광저우에 사는 인씨(尹·46)는 대리임신 중개회사인 ‘보여원’(寶如願)을 찾았다. 시험관 아기 착상이 계속 실패하자 아내도 대리모 출산에 동의했다. 비용도, 성공 여부도 부담스러웠지만 내 자식을 가질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배아선별 검사를 거쳐 남자아이만 착상시킨다는 조건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계약서에는 난자 냉동비, 이식비, 착상비 등 임신에서 출산까지 한 단계씩 진전될 때마다 각종 비용을 지불하도록 돼 있었다.

광둥성 광저우시 2심 법원은 대리 출산 후 57일 만에 아이가 사망한 인씨가 대리모 중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중국재판망 캡쳐]


이듬해 3월 착상에 성공했고 2019년 1월 30일 15시 42분,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1년 7개월 만이었다. 출생증명까지 마치고 퇴원했는데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다시 입원했지만 태어난 지 57일 만에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화농성뇌막염', '패혈증'이라 적혔다. 인씨는 소송을 벌였다.

1심에선 대리모 출산이 금지된 상황을 감안해 계약서상 회사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중국 계약법상 비례 책임의 원칙이 앞선다며 중개사의 책임을 70%로 봤다. 인씨가 들인 비용은 52만7000위안(9000만원)이란 사실이 판결문에 명시됐다. 이중 36만8000위안(6300만원)은 회사가 되돌려주라고 지난해 12월 판결했다. 대리모 출산의 실제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와 함께 불법 임에도 배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 국가보건계획위 자료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의 불임률이 12.5~15%에 이른다고 한다. 8명 중 1명이 난임이나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신화통신은 중국 내 불임 가정은 5000만 가구에 달하며 2019년 기준 중국 전역에 517개 의료기관이 시험관 아기 시술 등 보조적 불임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성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계대로라면 적어도 2천만 명 이상의 여성이 불임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고 이는 대리모에 대한 잠재적 고객층이 되고 있었다.

중앙일보는 22일 베이징의 대리임신 중개업체 대표와 익명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대리 출산에 평균 50만위안(8500만원) 가량 들고 중국 전역에서 매년 수천 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특파원


중국 내 실제 대리 임신 규모는 얼마나 될까. 본지는 베이징에 있는 대리모 중개 업체 대표를 인터뷰했다. 익명이 전제였다. 그는 ‘규모를 알 수 있나’는 질문에 “정확한 데이터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작은 회사는 1년에 몇 명 정도 할 수 있고, 큰 회사는 한 해 몇 백 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중국 전체로 수 천 명 단위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10년째 중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리모 출산에 드는 비용은 보장범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 50만 위안(8500만원)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는 보통 고객의 시험관 아기 출산을 돕는 일에 집중한다. 공공 병원이 1대 다수로 접근하는 데 반해 우리는 1대1로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단계에서 안 될 경우 대리모를 제안하는데 설득할 필요는 없다"며 "대신 대리 출산 성공률이 2019년 기준 90~92%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했다. 대리모 섭외에서 착상, 출산, 사후 확인에 명의 등록까지 이미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성공한 부모가 다시 다른 고객을 데려온다고도 귀띔했다.

중국 내 산부인과 병원 화장실에 붙어 있는 대리모 광고 [웨이보 캡쳐]

대리모는 어디서 찾을까. 최근 한 대리모를 예를 들었다. 그녀는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데 남편이 진폐증 환자라고 한다. 2명의 아이, 4명의 노인이 한 집에 살고 있다. 그는 “만약 그녀가 일반적인 노동자로 일하면 한 달 3500위안(60만원)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남편 약값에 식구들을 부양하기엔 부족한 금액일 것"이라고 했다. 통상 대리모는 20만 위안(3400만원) 정도, 월 2만 위안(340만원)가량을 받게 된다고 한다.

대리모 출산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물론 독일,프랑스 등은 불법이고 미국은 주별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거나 임신이 불가능할 경우 허가해주는 곳이 있다. 대리모 출산 문제가 터지자 중국 정부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업체 대표는 이에 대해 "실제 대리모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들어보지 않고 옆에서 비판하긴 쉽다"고 말했다. 중개업체의 수익이 총비용의 절반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대리 임신이 중국에서 근절될 지는 불투명하다.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